해가 뜨면나무가 자기 그늘로서쪽 끝에서 동쪽 끝으로종일 반원을 그리듯이혼자도 자기 넓이를 가늠하곤 한다해 질 무렵이면 나무가 제 그늘을낮게 깔려오는 어둠의 맨 앞에 갖다 놓듯이그리하여 밤새 어둠과 하나가 되듯이우리 혼자도 서편 하늘이 붉어질 때면누군가의 안쪽으로 스며들고 싶어 한다너무 어두우면 어둠이 집을 찾지 못할까 싶어밤새도록 외등을 켜놓기도 한다어떤 날은 어둠에게 들키지 않으려고유리창을 열고 달빛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그러다가 혼자는 자기 영토를 벗어나기도 한다혼자가 혼자를 잃어버린 가설무대 같은 밤이 지나면우리 혼자는 밖으로 나가 어둠의 가장자리에서제 그림자를 찾아오는 키 큰 나무를 바라보곤 한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길을 가다가 길거리 한복판에서 넘어져 일어나지를 못하는 할머니가 있었다. 그럴 때 나는 얼른 뛰어가 일으켜 세워드리고 흙을 털어주고 길도 안내하며 걸을 때까지 붙잡아 드린다. 똑같은 상황이 전개되어 남자나 할아버지가 쓰러져 있었다면 그 경우에는 나는 선뜩 다가가지 못한다. 왜냐면 나는 여자이고 할아버지는 남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는 나를 바라보며 흠칫 놀란다. 그 이유는 내 마음의 넓이가 한계에 부딪힌 탓이다. 그 한계 때문에 주저한 적이 많다.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 포기해 버린 적이 허다하다. 타인의 의식이 무에 그리 소중했을까. 타인의 인식에 의해 자신의 의도를 버리고 불필요한 사족에 매달리는 자신의 넓이에 갇혀 있을 때가 많았다. 그럴 때 생각나는 채근담의 글 귀가 나를 나답게 해준다.‘曲意而使人喜,不若直躬而使人忌.(곡의이사인희,불약직궁이사인기)無善而致人譽,不若無惡而致人毁.(무선이치인예,불약무악이치인훼)뜻을 굽혀 남에게서 기쁨을 사느니보다는 내 몸의 행동을 곧게 하여 남의 시기를 받음이 낫고좋은 일을 한 것도 없이 남에게서 칭찬을 받는 것보다는 나쁜 짓을 하지 않고도 남에게서 흉을 잡히는 것이 낫다’결국 나답게 사는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하는 용기 있는 말을 다시 새긴다. 시인도 ‘혼자는 밖으로 나가 어둠의 가장자리에서 제 그림자를 찾아오는 키 큰 나무를 바라보곤 한다’ ‘혼자의 넓이’를 넓히는 일, 무엇보다 자신을 찾는 일이 가장 소중해 보인다. <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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