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와일드의 동화집 ‘행복한 왕자’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높이 솟은 기둥 위에 보석들로 치장한 행복한 왕자 동상이 있고 사람들은 그 동상을 찬미한다. 어느 겨울 날, 갈대와 노니느라 따뜻한 나라인 이집트로 가지 못한 제비가 밤에 동상 위에서 쉬다가 행복한 왕자의 눈물을 본다. 행복한 왕자 동상은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비참한 도시의 모습이 마음 아프다며, 제비에게 자신을 도와줄 것을 부탁한다. 이에 제비는 왕자가 들고 있던 칼자루의 루비를 아픈 아이에게 물어다주어 엄마와 아픈 아이에게 오렌지를 먹일 수 있도록 했고, 배가 주려서 글을 쓰지 못하던 가난한 작가와 성냥팔이 소녀에게 눈에 박혀있던 사파이어를 가져다준다. 그리고 몸을 덮고 있던 금조각들을 모두 떼 내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행복한 왕자의 모습은 점점 초라해져 가고, 심부름을 하던 제비는 추운 날씨 탓에 죽고 말았다. 이제는 초라해지고 볼품없어진 행복한 왕자 동상을 시의원들은 아예 녹여 버리기로 한다. 그러나 행복한 왕자의 쪼개져 버린 심장만은 녹지 않았다. 이때 하늘나라에서는 하나님이 천사에게 도시에서 가장 귀한 두 가지를 가져오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천사는 주저 없이 행복한 왕자의 쪼개진 심장과 죽은 제비를 가져다 바쳤고, 그리하여 그들은 천국에서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이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많다. 침대는 살 수 있어도 편안한 잠까지 살 수는 없다. 책은 살 수 있지만 지식이나 지혜, 감동까지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행복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마음속에 담겨 있는 행복은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살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는 환상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렇다면 참된 행복이 무엇일까. 결론은 행복이 물질과 정신 중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알 수 있다면 그 답은 명확해질 것이다.탐욕스런 물욕이 사람까지 망가뜨리는 현실에 아무리 노여움을 느낀다고 해도 물욕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욕이 없다면 살아가는 것 자체가 어렵다. 우리는 돈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의식주가 유지되어야 한다. 그리고 누구나 좀 더 쾌적한 환경 속에서 고상한 삶의 질을 누리고 싶어 한다. 넉넉한 문화생활을 누리려면 돈이 필요하다. 이 같은 필요를 채우기 위한 물욕은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건전하지 않은 물욕은 돈의 노예가 되어 한없이 욕망을 채우려 든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범죄들이 돈 때문에 빚어진다. 물욕에 눈이 어두워지면 사람의 가치를 무시하게 된다. 사람조차 자신의 물욕을 추구하기 위한 도구로 여기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돈을 사람다운 삶을 살기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을 때 발생하게 된다. 소유가 목적이 되는 물욕, 단순히 소비하는 데 즐거움을 느끼는 물욕은 삶을 망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