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프면 죽고 싶다가도몸이 따라 아프면 살고 싶었습니다 마음을 단단하게 하려면 겨울이 길어야겠습니다고통을 새기려면 거센 바람에 오래 흔들려야겠습니다 슬픔을 아로새기려면 거친 눈보라가 제격이겠습니다슬픔의 소리가 노랫말을 얻을 때까지고통의 소리가 선율을 얻을 때까지 마음에 지지 않으려면 몸에 울음소리를 새겨야겠습니다몸에 지지 않으려면 마음에 신음소리를 새겨야겠습니다 길고 긴 밤의 시간을 건너고 건너서수없이 많은 겨울의 시간을 지나고 지나서 거짓말같이 봄이 오고 믿을 수 없는 여름이 오고도둑같이, 다시 겨울을 부르는 가을이 오면나는 내 모든 것을 내던지겠습니다 누군가 내 몸을 잘라서 고통을 보자 하면 선율을 내놓겠습니다누군가 내 마음을 쪼아서 슬픔을 보자 하면 노래를 내놓겠습니다 아픈 마음의 소리를 아픈 몸이 노래합니다아픈 몸의 소리를 아픈 마음이 노래합니다마음이 못내 아파서 죽을 생각을 하다가도몸이 못내 아파서 살 마음을 내었습니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채근담에 이런 말이 있다.‘恩裡,由來生害.故 快意時,須早回頭.(은리 유래생해 고 쾌의시 수조회두)敗後,或反成功.故 拂心處, 莫便放手(패후 혹반성공 고 불심처 막편방수).은혜를 받고 있는 그 속에서 재앙이 싹트는 것이니 만족스러울 때에는 주위를 되돌아 보라.실패한 뒤에 오히려 성공이 따르는 수도 있는 것이니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무작정 손을 놓지 말라.‘이 시를 읽으니 문득 채근담의 통찰이 빛을 낸다. 모든 것은 전면과 이면이 있듯이 함께 하고 있지만 다르게 움직이는 이치가 있음을 깨닫게 한다. 몸과 마음이 따로 존재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게 하는 시 한 편이다. ‘가문비나무’가 되어있는 시인을 다시 쳐다보게 된다.<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