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북한 무인기(無人耭)가 대통령 경호(警護)를 위해 설정한 서울 용산의 비행금지구역까지 침범(侵犯)했는데도 우리 군은 이를 제때 파악조차 못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국민들에게 당혹감(當惑感)과 충격(衝擊)을 더해주고 있다.국가안보의 상징적(象徵的) 공간인 대통령 집무실(執務室) 상공이 뚫린 것도 가슴 철렁하지만 뚫린 사실조차 뒤늦게 알았다니 실로 말문이 막힌다. 경계(警戒)에도 실패하고, 작전(作戰)에도 실패한 셈이다. 지난 5일 국정원이 국회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이 무인기(無人耭)가 국방부청사 안의 대통령실까지 촬영(撮影)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도대체 지금까지 우리 군은 2017년 북한 무인기 침범(侵犯) 이후 무슨 방비(防備) 태세를 구축(構築)했다는 건지 따져묻지 않을 수가 없다.
또한 우리 군당국(軍當局)은 철저하게 무능(無能)으로 일관하고 있다. 무인기가 경기 북부에서 휴전선(休戰線)을 넘은 뒤 서울 중심부를 수시간 동안 휘젓는 사이 그 정체조차 파악(把握)하지 못했다고 한다. 강화도 일대에도 4대의 무인기(無人耭)가 몰려들면서 간신히 상황을 파악하기는 했지만, 긴급 출동시킨 공군의 KA1 경공격기가 추락(墜落)하는 어이없는 사고도 벌어졌다. 이튿날에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을 상기시키듯 철새떼를 북한 무인기(無人耭)로 오인해 전투기를 긴급 출격(出擊)시키기도 했다고 하니 참으로 의의가 없다. 무인기 도발(挑發)을 주도한 북한군 수뇌부(首腦部)가 이런 우리 군의 잇따른 무능(無能)함과 헛발질에 박장대소(拍掌大笑)했을 걸 생각하면 실로 가슴이 아프고 낯이 뜨거울 노릇이다.
군이 북한 무인기(無人耭)의 용산 침범(侵犯) 사실을 언론이 보도한 이후에야 시인한 것도 무책임(無責任)의 극치(極致)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달 29일 야당이 제기한 ‘북한 무인기의 서울 비행금지구역 침범(侵犯)’ 가능성을 부인(否認)하면서 “근거 없는 이야기에 강한 유감(遺憾)을 표명(表明)한다”고 했다. 그런 합참이 5일에는 “무인기(無人耭)가 스치고 지나간 수준”이라면서 “집무실(執務室)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참으로 소가 웃을 일이다. 적기(敵機)가 대통령 집무실(執務室)에서 불과 3㎞ 남짓까지 근접했는데도 까맣게 모른 터에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군의 강변(强辯)이 참 기가 찰 노릇이다.
이종섭 국방부장관은 새해 첫날 가진 긴급 지휘관회의(指揮官會議)에서 “일전불사(一戰不辭)를 각오한 응징(膺懲)만이 북한의 도발(挑發)을 억제할 수 있다. 북한으로 하여금 도발(挑發)은 반드시 혹독(酷毒)한 대가(代價)가 따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문제는 지금 우리 軍이 과연 그런 각오(覺悟)와 능력(能力)이 돼 있느냐는 것이다. 제 아무리 ‘엄정대응(嚴正對應)’을 외친들 안보는 입으로만 구호로만 지켜지지 않는다. 철저한 조사로 방공망(防空網)의 구멍을 찾아내 메우는 것은 물론 경계(警戒)와 작전(作戰)에 실패한 책임, 한 입으로 두말한 그 책임도 엄중히 따져 물어야 한다.
지금 같은 ‘엉터리 군대’로 김정은 정권을 굴복(屈服)시킨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이제 癸卯年 새해에는 우리의 군사적 역량(力量)을 다시 재정비하고, 굳건한 대비태세(對備態勢)와 안보확립(安保確立)으로 호시탐탐(虎視耽耽) 노리는 북의 도발을 반드시 엄정대응(嚴正對應)하기를 우리모두는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