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심사 청벚나무 가지에 연둣빛 꽃이 눈을 떴다얼마나 오래 기다려왔던 것일까가지 하나 길게 내밀어 법당에 닿을 듯하다꽃이 맑다매화나무는 목탁 두드릴 때마다꽃잎으로 법구를 읊고,청매화는 동안거 끝에 심욕의 수피를 찢어꽃망울 터트린다저토록 신심(信心)을 다져왔기에봄이 일주문에 들어설 수 있다가지마다 허공으로 낸 구도의 길제각각 가부좌 틀고 참선의 꽃들을 왼다전각에서 내리치는 죽비소리제 몸 쳐대며 가람으로 흩어지는 풍경소리합장하듯 꽃잎들 맞이하고 있다법당은 꽃들의 백팔배로 난분분하다부처가 내민 손바닥에청벚 꽃잎 한 장 합장하듯 내려앉는다이제 어렴풋이 나만의 시 짓게 됐다 《2023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1월 달이 되면 즐거운 일 중에 하나가 보석 같은 작품들이 ‘신춘문예’라는 기둥으로 솟아올라 기쁨을 안겨주는 일이다. 개심사는 작년 가을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봄이 아름다운 곳으로 소문이 나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것은 벚꽃이며 청매화가 천년고찰을 지키고 있는 탓이려니 했다. 이 시 곳곳에서 그 꽃향기가 흘러넘치다가 코끝에 내려 앉아 한참을 머물고 간 듯하다. 그만큼 시가 청아하다. 신심(信心)을 다져왔기에‘‘봄이 ’일주문에 들어설 수‘ 있고 그 봄을 기다리는 ’청벚 보살’의 가슴을 두근대게 한다.‘제 몸 쳐대며 가람으로 흩어지는 풍경소리’며 ‘부처가 내민 손바닥에 청벚 꽃잎 한 장 합장하듯 내려앉는다’는 표현이 신선하다. 구도의 길에 들어선 ‘청벚 보살’의 모습이 눈에 밟힌다. 참 좋은 시 한편 읽는 기분좋은 날이다.<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