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주막에 나가서단돈 오천 원 내 놓으니소주 세 병에두부찌게 한 냄비쭈그렁 노인들 다섯이그것 나눠 자시고모두들 볼그족족한 얼굴로허허허허허허큰 대접 받았네그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파안은 스스럼없이 크게 한바탕 웃는 웃음을 말한다. 파안대소의 줄인 말이다. 요즘 들어 이렇게 파안대소 해 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런 웃음을 같이 웃어줄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고 일거리에 쫓겨 그 파안을 스스로 던지지 않았나 자성해 보기도 한다. 소주 세 병에 두부찌개 한 냄비를 놓고 촌노들이 주거니 받거니 세상사는 이야기가 구수하다. 옆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 싶어진다. 옆 집 송아지 낳았다는 이야기부터 감자 농사 씨알 굵기 자랑까지 무슨 이야깃거리가 그리 많은 지 듣고 있노라면 마치 그 촌노들의 한 가족이 되어 으쓱해지기도 하고 기가 죽기도 한다. 없는 자랑도 만들어 아들 자랑 며느리 자랑을 하고 그것도 끝나면 손주들 자랑까지 이어진다. 아무리 자랑이 이어져도 가장 가까운 마누라 자랑은 제껴 둔다. 은근히 옆에서 부추겨도 팔불출이 되기 싫어 미뤄 두는 것이다. 끝이 없이 이어지는 숱한 이야기들이 마을 주막에 쌓인다. 그러다가 장가 못간 아들 있는 촌노는 기가 죽기 싫어 엉뚱한 우스개 소리로 화제를 돌려댄다. 농사 이야기가 나오면 목소리도 커지고 비료며, 농자재 값 이야기가 나오면 촌노들의 술잔이 더 자주 오가게 된다. 그렇게 주막집의 날이 지나간다. 어둑해져서 자리를 떠야 할 때 누군가가 ‘한잔 하세’라고 먼저 청한 사람이 돈을 지불했을 텐데 그 돈의 액수가 오천 원이란다. 참 가볍고 편안한 술자리다. 그렇게 몇 순배 오고 간 주막에는 쭈그렁 노인들의 정 듬뿍 담긴 꽃이 화알짝 피어난다. ‘이야기꽃’이라고 들어 보셨는지 모르겠다. 큰 대접 받았다고 만족 해 하는 ‘웃음꽃’이라고 들어 보셨는지 모르겠다. 우리네 한국 정서가 그 꽃 속에서 무르익었다는 것을 아실른지 모르겠다. <수필가 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