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신일권기자] 이 책은 우현동과 창포동이 조선 시대 ‘우현’이라는 고개 이름에서 포항시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동(洞)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아주 얇은 이 책이 의미가 있는 것은 한 동네의 역사를 기술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포항의 역사에서 소홀히 다루어왔던 동네 역사 기술이란 공백을 메워줄 수 있는 시작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출간된 `우창동 이야기`는 `포항시사`에서 상세하게 다루지 못한 동네의 역사적 기록들을 잘 보충하고 있다. 이재원 선생은 “대규모 아파트 건설과 도로 확장으로 우창동의 현재의 모습이 사라지기 전에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라고 하며 출간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는 이러한 기록을 통해서 `포항시사`의 부족함을 메우고 나아가 더욱 풍부하고 다채로운 포항의 역사를 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게 된다.
`우창동 이야기`는 ‘기록’․‘지형’․‘기억’․‘변화’․‘사람’ 다섯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록’에서는 ‘우현’과 ‘창포’의 역사적 유래를, ‘지형’에서는 아치골․소티재․마장지에 얽힌 이야기를, ‘기억’에서는 연탄공장과 동해중부선의 옛 자취를, ‘변화’에서는 동네 형성기에 들어선 학교․아파트․공공기관의 이야기를, ‘사람’에서는 동제와 동네 어르신들의 회고가 소개되어있다. 특히 ‘기록’에서 조선 시대 문헌․지도․비문을 통해 500여 년에 이르는 우현동과 창포동의 역사적 유래를 시기별로 밝힌 것은 사료적 가치가 높고, `포항시사`의 부족한 부분을 훌륭하게 메운 것이라 평가할 만하다. 또 이미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힌 연탄공장․큰굴과 작은굴․옛 소티재 길 등의 자료를 발굴한 것도 의미 있다.
사실 이러한 작업은 비단 우창동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창동보다 문화적 함의가 더 깊고 기록이 더 많은 죽도동과 해도동 같은 경우는 더욱 다양하고 체계적으로 그 역사를 기술할 수 있을 것이다. 죽도동은 조선 시대 화살을 만드는 대나무를 심었다는 기록과 포항의 다섯 개 섬의 하나로 고지도에도 다수 보이는 등 관련 기록들이 적지 않고, 해도동은 염전을 일구었다는 기록과 죽도처럼 조선 시대 고지도에도 다수 등장하는 등 다양한 기록들을 찾아볼 수 있다.
다행히 민간에서는 동네의 역사를 발굴하고 기록으로 남기려는 의미 있는 노력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재원 선생의 `용흥(2019)`,`사진으로 읽는 포항 도심, 중앙동․두호동 이야기(2021)`와 양학동 청년회가 펴낸 `양학동 사는 이야기(2021)` 등이다. 이를 통해 작은 동네라도 그 속에는 흥미롭고 보존할만한 많은 이야기가 있음을 알게 된다. 또한 그 속의 이야기를 통해 포항의 역사와 문화가 한층 더 풍요로워졌음을 발견하게 된다.
`우창동 이야기` 역시 이러한 작업의 연속선 상에 있다. 이러한 작업이 하나둘씩 쌓여간다면, 그것이 바로 포항의 역사와 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것이자 `포항시사`의 내용을 더욱 보충하는 것이라 믿는다. 이재원, 권용호, `우창동 이야기`, 나루출판사,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