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어 답답할 줄 알았더니일평생 꼼짝 못하고 한 자리에만 있어 외롭고 심심할 줄 알았더니우글우글하구나 나무여실뿌리에서 잔가지까지 네 몸 안에 나 있는 모든 길은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쉬지 않고 움직이는 그 구불구불한 길은뿌리나 가지나 잎 하나도 빠짐없이 다 지나가는 너의 길고 고단한 길은우글우글하구나 나무여번개의 뿌리처럼 전율하며 끝없이 갈라지는 길은괴팍하고 모난 돌멩이들까지 모두 끌어안고 가는 너의 길은길을 막고 버티는 바위를 휘감다가 끝내 바위가 되기도 하는너의 길은우글우글하구나 나무여추위로 익힌 독한 향기를 몰고 꽃에게 달려가는 수액은가지에 닿자마자 소리 지르며 하늘로 솟구치며 터지는 꽃들은온몸에 제 정액을 묻힐 때까지 벌 나비 주둥이를 쥐고 놓아주지 않는 꽃들은우글우글하구나 나무여한 몸으로 꽃처럼 많이도 임신한 너의 자궁은불룩한 배를 가지마다 매달아놓고 무겁게 흔들리는 너의 자궁은이빨 가진 입들을 빌려 자궁을 부숴버려야 밖으로 나오는 너의씨앗들은땅에 붙박인 채 오도가도 못하고 살아도 죽어 있는 것만 같더니우글우글하구나 나무여어느 다리보다 먼 길을 지나온 네 몸이 발산하는 침묵은다리 달린 벌레며 짐승들이 매일 들으며 자라는 너의 침묵은잎에서 잎으로 길로 허공으로 퍼져나가 산처럼 거대해지는 너의 침묵은<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나무의 침묵이 지키고 있었던 것은 ‘씨앗’이었다.어제(12/29) 다큐 인사이트에서 인생정원을 방영했다. 그 감동이 아직도 여운으로 흔들리고 있다. 인생정원을 만드신 그 곳에 씨앗을 뿌리고 가꾸고 계시는 전영애 교수님이 하신 말 중에 “사랑은 그냥 인간이 생각한 최고의 것에다가 붙인 이름이에요” 라고 한 말이며 “노년의 지혜가 응축된 리벤 벨레프의 ‘사랑이 살린다’ 면서 활짝 웃으시는 모습이 ‘올바른 목적에 이르는 길은 그 어느 구간에서도 바르다‘고 한 괴테의 말처럼 바른 길을 실천하고 계시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이 시는 나무가 간직한 씨앗이 비로소“가슴이 열렸을 그때만 땅은 아름답다” 고 한 괴테의 말을 입증하고 있다. 전교수님의 말씀 중에 가슴에서 떠나지않는 말이 있다.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옆에 그냥 가서 가만히 서 있는 일인 것 같아요”아, 그랬구나. 내 글을 읽어주고 함께 해 주셨던 분들이 제 곁을 지키고 있었구나. 뭉클! 고마움으로 가슴을 보듬는 시간이기도 했다. <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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