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문불출한 채 낯빛이 누렇다수행하는 걸까숨죽인 채 덮어쓴 이불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추위에 갈라 터져메마른 표정에 금이 갔다너무 오래 묵힌 건가햇볕도 쬐어야 하건만방치된 늙은 세월짚이라도 엮어 자신을 달아매고 싶다던 독거노인소식 없는 자식들오지 않는다흰 곰팡이 검게 피어도동안거해제를 알리려는지닫혔던 방문이활짝 열렸다이윽고낯선 사람들 손에노인의 관이 들려나왔다시취가 노인의 죽음을 제일 먼저 알렸다모처럼노인은 햇볕 쬘 수 있는호사를 누리게 되었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메주는 못생긴 사람들의 별칭쯤으로 여기던 우리사회 관념과 다르게 이곳에서 시인은 독거노인을 메주로 비유했다. 누렇게 뜬 노인의 얼굴을 메주의 누런 색깔로, 갈라터진 메주의 겉 표면을 노인의 거친 피부로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짚으로 메주를 매단 모습에서 ‘짚이라도 엮어 자신을 달아매고 싶다던 독거노인’의 죽음을 상징하고 있다. 늙고 초라해진 부모들을 내팽개치고 찾지 않은 요즘 사회의 가족 행태를 눈여겨보라는 뜻도 있을 테고 외로이 죽음을 맞는 독거노인의 생애를 알리고 싶은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갈수록 노인 인구가 늘어가는 우리사회에서 묵과할 수만은 없는 외로움과 우울로 병들어가는 현실적 노인문제를 생각해 보게 하기 위해. 던져진 화두(話頭) 같은 시 한 편이다.<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