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들아, 저 시냇물이 흘러서 어데로 가는지 아나 저 아래 영강으로 흘러들어 낙동강물이 되고 수백 킬로미터를 흐르고 흘러서 남해로 갔다가 해류를 타고 태평양까지는 가겠제 물론 흘러 흘러서 가다가 부지런한 어느 농부를 만나 들판에 들렀다 가기도 하겠지만 어떤 소박한 웅덩이에서 일생을 보내기도 하고 잘못하만 썩어가는 수렁에서 평생 악취를 맡으며 살아가기도 하지 않겠나야들아, 저 시냇물이 흘러가는 기 나는 너들이 자라서 삶을 찾아 가는 거랑 똑같다고 생각한데이 너들이 이 학교로 나와 배움에 눈을 뜨는 거는 이제 저 바깥세상이 어떤지 알아가는 과정 아이겠나 흡사 산골짜기를 타고 흐르는 물이 졸졸졸 흘러서 도랑물이 되고 도랑물이 이쯤에서 모여 시냇물이 되는 거랑 같지 않겠나 또 시냇물이 서로 만나는 곳은 얼마나 큰 물이겠나 생각해바라 단지 물과 다른 것은 물은 가마이 있어도 흘러간다는 것이고 너들은 너들 가고 싶은 데로 너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거다 물처럼 가마이 있어도 어찌어찌 되겠지만 인간인 이상 우째 그랄 수 있겠나 말이다야들아, 봐라 우리가 있는 이곳이 한두리 아이가 흡사 우리는 우물 안에 있는 개구리 같은 기라 버스를 타고 삼십분만 나가도 높은 건물과 자동차들이 오가는 소도시가 있능가 하며 다섯 시간이만 수도 서울 아이가 배운다고 해서 무조건 다 떠나는 것은 아이지만 그래도 그런 곳에서 꿈을 펼쳐 볼라카만 그냥은 안 되잖아 그렇게 해서 어데 되는 일이 있노 손도 안대고 코 풀라카는 격이제야들아, 저 산골짜기에서 물 흐르듯 흘러나온 야들아, 이제 이 학교에 모여서 더 큰 물살이 되능기라 그래서 더 큰 힘을 얻어 더 넓은 곳으로 흘러가등가 여 근처 어디에 고여 논물이 된다고 해도 좀 더 비옥하고 기름져야 되지 않겠나 그러이까 이 학교가 물길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게 해야 하능 거다 결론은 말이다 꿈을, 큰 꿈을 가지라는 거다 그라고 열씨미 공부해서 너들이 꾸는 꿈을 이루라는 거다 알겠제 그럼 이만하고 집에 가자<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읽을수록 구수하다.자연의 이치를 빌어 한두리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훈화’를 대화체로 말씀 하시는 선생님은 사뭇 진지하시다. 여기서 내가 좋아하는 말도 있다. “야들아”친구들이 모여 있을 때 부르는 말 “야들아” 같이 놀자고 말하고 싶을 때 부르는 말,“야들아” 선생님은 친구에게 하듯이 아이들을 부른다. ‘너희들’이 아니고 “야들아”가장 가까운 말로 가장 친근하게 아이들에게 훈화를 하신다.“결론은 말이다 꿈을, 큰 꿈을 가지라는 거다”‘손도 안대고 코 풀라카는’ 짓은 절대 안되니 ‘열씨미 공부해서 너들이 꾸는 꿈을 이루라’고 하신다. ‘저 산골짜기에서 물 흐르듯 흘러나온 야들’에게 당부하시는 말씀이 두고두고 향기롭다. <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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