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선생 곧은 절개거둘 길 없었으니진세(塵世) 에서 못 다한 꿈말없이 접어두고땅 밟고 살기 부끄러워뱃길 따라 흐르다가인간 세상 짙은 티끌산계에서 묻었는가부용동 깊은 골짜기씻은 듯 맑은 정자에높은 뜻 두었는가귀양살이 고달픔을회수담에 놓았을까남해바다 굽어보는격자봉 옥수암엔선녀들의 탄금소리 동대 서대 판석 위엔군학들의 춤사위세연지 연못가엔어부들의 노래 소리사철 흥겹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운산 시인의 시에는 역사가 담겨있다. 역사학 박사 학위 소지자이기도 하지만 직접 걸어서 현장을 가 본 후에야 시를 쓰는 정직한 시인이기도 하다. 기품이 있고 철저함이 있다. 그러기에 선조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보길도에 가기 위해 몇 번인가 배를 타고 다녀온 후 쓴 시라고 여겨지기에 그 현장이 생생하다. ’부용동 깊은 골짜기, 회수담, 격자봉 옥수암, 동대 서대 판석 세연지‘처럼 지명을 내세울 때는 이미 그곳에 가서 손으로 만지면서 바라보고 눈으로 밟으면서 새겼을 것이고 발로 걸으면서 느껴보는 고달프지만 실감진 여정을 거쳤을 것이다. 고산 윤선도는 비록 귀양을 왔으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만 있지는 않은 듯하다. 오히려 귀양살이에서 살아갈 날에 주어진 삶을 즐겼을 것만 같다. 현명(賢明)과 우둔(愚鈍)의 경계는 순서정하기에 있다. 무엇부터 우선순위를 두느냐는 것.현재 자신의 불운한 처지에만 집착한다면 우둔(愚鈍)일 것이고 주어진 삶의 개척을 우선순위로 둔다면 현명(賢明)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산선생’은 매우 현명한 분이라 여겨진다. 이 시에서. ‘군학들의 춤사위, 세연지 연못가엔, 어부들의 노래 소리 사철 흥겹다’고 했던 것은 아마도 고산선생의 삶에서 느껴지는 관조(觀照) 즉 지혜가 있는 삶에로의 현명(賢明)한 선택을 시인은 보았기 때문이리라.<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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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매일신문

<詩境의 아침>보길도 세연정/ 운산 박순진..
오피니언

<詩境의 아침>보길도 세연정/ 운산 박순진

경상매일신문 기자 gsm333@hanmail.net 입력 2022/12/21 21:30


고산선생 곧은 절개
거둘 길 없었으니
진세(塵世) 에서 못 다한 꿈
말없이 접어두고
땅 밟고 살기 부끄러워
뱃길 따라 흐르다가
인간 세상 짙은 티끌
산계에서 묻었는가

부용동 깊은 골짜기
씻은 듯 맑은 정자에
높은 뜻 두었는가
귀양살이 고달픔을
회수담에 놓았을까

남해바다 굽어보는
격자봉 옥수암엔
선녀들의 탄금소리
동대 서대 판석 위엔
군학들의 춤사위
세연지 연못가엔
어부들의 노래 소리
사철 흥겹다

<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박모니카 수필가

운산 시인의 시에는 역사가 담겨있다. 역사학 박사 학위 소지자이기도 하지만 직접 걸어서 현장을 가 본 후에야 시를 쓰는 정직한 시인이기도 하다. 기품이 있고 철저함이 있다. 그러기에 선조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보길도에 가기 위해 몇 번인가 배를 타고 다녀온 후 쓴 시라고 여겨지기에 그 현장이 생생하다. ’부용동 깊은 골짜기, 회수담, 격자봉 옥수암, 동대 서대 판석 세연지‘처럼 지명을 내세울 때는 이미 그곳에 가서 손으로 만지면서 바라보고 눈으로 밟으면서 새겼을 것이고 발로 걸으면서 느껴보는 고달프지만 실감진 여정을 거쳤을 것이다.
고산 윤선도는 비록 귀양을 왔으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만 있지는 않은 듯하다. 오히려 귀양살이에서 살아갈 날에 주어진 삶을 즐겼을 것만 같다.
현명(賢明)과 우둔(愚鈍)의 경계는 순서정하기에 있다. 무엇부터 우선순위를 두느냐는 것.
현재 자신의 불운한 처지에만 집착한다면 우둔(愚鈍)일 것이고 주어진 삶의 개척을 우선순위로 둔다면 현명(賢明)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산선생’은 매우 현명한 분이라 여겨진다.
이 시에서. ‘군학들의 춤사위, 세연지 연못가엔, 어부들의 노래 소리 사철 흥겹다’고 했던 것은 아마도 고산선생의 삶에서 느껴지는 관조(觀照) 즉 지혜가 있는 삶에로의 현명(賢明)한 선택을 시인은 보았기 때문이리라.<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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