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서 늘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어쩌다가는 쿵쿵 쾅쾅 하는 거센 소리가 들리지오늘은 그 소리 내 밖으로 터져 나가서옆구리가 욱신거리기도 했어적막을 베고 적막을 쓸고 적막을 깨부수어허공 계단을 만들고 있는지허공의 부스러기들이 우박으로 새벽잠을두들긴 게야 계단은 그때 한 단계 만들어지나 봐오르고 싶었어몇 만 평 평야보다 넓어지는 이 허공을 조각하여오르고 또 오르면 거기 도무지 무엇이 있을까거기 또 다른 허공이 적막을 두르고 날 오라하면오늘은 그렇다네허공계단을 밟고 경건히 오르고 올라서계단 하나하나를 접어건반처럼 뼈가 울리는 소리가 나도록오르고 싶어, 지상의 들붙는 먼지들을 내리고나도 한번은 깨끗하고 상긋하게그렇게 사뿐하게 오르고 싶어오르고 싶을수록 내 안에 부시럭거리는 소리 높아지고누구하나 손잡아 주는 이 없이 나는 서서히 오르는데긴 주름치마를 끌며 아카시아꽃 화관을 쓰고 나 오르지거기 나비무늬의 비단 적막이 날 반기네여기서는 한번은 아프지 않게 웃어보라 하네내려가는 계단은 지워도 좋겠어실은여기가 바로 거기라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적막을 베고 적막을 쓸고 적막을 깨부수어’적막을 삼키며 가는 한 시인이 있다.손잡아 주는 사람 없어도 ‘고요하고 쓸쓸함을 베어버리고 ‘의지할 데 없는 외로움’을 보이지 않게 쓸어내리며 드디어 그 적막을 깨부수면서 ‘뼈가 울리는 소리가 나도록’오르는 이가 있다. ‘허공계단을 밟고 경건히 오르고 올라서’ 마침내 도달한 곳, 어쩌면 ‘내려가는 계단’을 지워 버려 다시는 내려갈 곳이 없어지는 삶의 종점을 시인은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 곳에서 정말 ‘나비 무늬의 비단 적막’을 만나고 싶어 하는 지도…모르겠다.<박모니카><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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