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다리가 부러진 나무 의자가저수지 푸른 물속에 빠져 있었다평생 누군가의 뒷모습만 보아온 날들을살얼음 끼는 물속에 헹궈버리고 싶었다다리를 부러뜨려서온몸을 물속에 던졌던 것이다물속에라도 누워 뒷모습을 챙기고 싶었다의자가 물속에 든 날부터물들도 제 가만한 흐름으로등을 기대며 앉기 시작했다물은 누워서 흐르는 게 아니라제 깊이만큼의 침묵으로 출렁이며서서 흐르고 있었다//허리 아픈 물줄기가 등받이에 기대자물수제비를 뜨던 하늘이슬몃 건너편 산 그림자를 앉히기 시작했다제 울음에 기댈 수밖에 없는다리가 부러진 의자에둥지인 양 물고기들이 서서히 모여들었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이 시는 자기에게 줄 것도 없고 어느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는 것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것들에 관찰을하면서 한 시인이 쓴 시다. 낡고 다리가 부러져 저수지에 던져버린 의자에 대한 관심을 보여 준 시, 어쩌면 하찮는 쓰레기에 불과한 의자를, 수면 위로 떠올려 주었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 외롭고 섧은 사람들을 보라는 것 같았다. 그 물 밑 의자는 지상에 있을 때는 사람들의 등받이로 있었다는 것, 물 밑으로 내려가자 하늘이 산 그림자를 앉혔다는 것, 어느 무엇도 가까이 갈 것 같지 않았던 부러진 의자에게 안식처인양 모여든 물고기도 있다는 것.을 일러준 시인이 고맙다. 그런 물고기가 고맙다 그 사람이 가진 인간성은 ‘약자에 대한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가진 것이 없어 줄 것도 없는 사람, 몸이 약해서 힘쓰는 일은 더욱 못하는 사람, 자기보다 지위도 낮고 자기보다도 무엇인가 부족한 사람에게 대하는 태도를 지켜보면 그 사람의 인품과 인간성이 확연히 나타나는 것이, 맞다. 조금 지위가 높다고, 조금 재산이 있다고 거들먹거리는 사람에게서는 고약한 악취가 난다. 결코 가까이 가고 싶지 않다. 잘나고 못나고의 차이는 극히 작은 것인데 구분을 지으려는 사람들 때문에 세상이 고약해진다. 몰락한 누군가에게서 위로받는 사람들이 고맙다. 버려져서 ‘제 울음에 기댈 수밖에 없는’ 외로운 그의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참 좋다. 참 좋은 인간성이다.<수필가 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