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벗이 몇인가 하니 수석과 송죽이라동산에 달 오르니 그 더욱 반갑구나두어라, 이 다섯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구름 빛이 좋다 하나 검기를 자주 한다바람 소리 맑다 하나 그칠 때가 많구나좋고도 그칠 때가 없는 것은 물뿐인가 하노라꽃은 무슨 일로 피면서 쉬이 지고풀은 어이하여 푸르는 듯 누르나니아마도 변치 않을 것은 바위뿐인가 하노라더우면 꽃 피고 추우면 잎 지거늘솔아, 너는 어찌 눈서리를 모르느냐구천에 뿌리 곧은 줄을 그것으로 아노라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곧기는 누가 시키며 속은 어이 비었느냐저렇게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작은 것이 높이 떠서 만물을 다 비추니밤중의 광명이 너 만한 이 또 있느냐보고도 말 아니 하니 내 벗인가 하노라<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자연을 벗 삼아 세상을 관조하려는 윤선도의 시. 고등학교 시절에는 점수를 얻기 위해 아무런 느낌 없이 외우는 데만 치중했었다. 시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알기도 전에 머리로 집어넣기 위한 기억 밖에 없던 윤선도의 시였다. 교과서에 게재된 시는 시험 점수에 이용되는 수단이었기에 낱낱이 파헤치고 분석해서 해부하는 데만 급급했다. 그래서 남은 것은 시의 줄기만 보았기에 헛헛함만 남았던 것. 지금은 그런 그늘진 프리즘이 사라지니 느낌이 새로이 다가온다.이 시는 윤선도가 56세 때 유배지에서 돌아와 전라남도 해남 금쇄동에 은거할 무렵에 지었으며 ‘산중신곡(山中新曲)’에 수록되어 있는 전 6수의 연시조다. 읽을수록 왠지 모를 외로움이 배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윤선도가 자신의 벗을 모두 자연에서 찾았다는 점,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점이 그런 느낌을 주었다. ‘내 벗이 몇인가 하니 수석과 송죽이라 동산에 달 오르니’ 반갑다고 했으며 ‘두어라, 이 다섯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라고 했다. 즉 윤선도의 벗은 물과 바위와 소나무와 대나무 그리고 달이었다. 공통점은 변함이 없으며 한결같다는 것. 늘 변하고 수시로 달라지는 사람의 마음에 식상했기에 우정의 영원성에 갈증을 느낀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친구를 인간에게서 찾지 못하고 자연에 의존한 윤선도의 외로움, 그 관조(觀照)를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고나할까.<박모니카>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 제보하기
[메일] jebo@ksmnews.co.kr
[카카오톡] 경상매일신문 채널 검색, 채널 추가
유튜브에서 경상매일방송 채널을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