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나무의 이웃은 죽나무다잎을 벗은 나무들은 제 앙상한 가지를 새들에게 준다가끔 바람이 들러 가지만 달갑지 않다더 이상 떨구어 줄 것이 없다는 말이다죽나무는 참자를 붙여 참죽나무라고 불러주면 아주 좋아 한다말로 죽도록 좋아해서 참죽나무다살구나무도 참자를 빼면 곧장 개자가 들어붙기 일쑤라꼭 참자를 붙여주길 바란다이웃하고 사는 나무들의 속내를 가장 잘 아는 것이 참새다하루 종일 부지런히 나무와 나무 사이를 넘나들며푸르륵 참 푸르륵 참 나무마다 참자를 붙여주고 다닌다가까운 이웃에 시인도 하나 있는데 녀석들 번번이 건너 뛴다참시인 소리 그도 듣고 싶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우리말 중에 ‘참’이 갖는 의미는 단순하다. 단 한 개다. ‘진짜배기’라는 의미다. 가짜가 아니고 그 유사한 것도 아니고 오로지 핵심이 있는 것, 어느 무엇도 흉내 낼 수 없는 알곡을 말한 것이리라. 시들지 않기에 늘 ‘푸르’다참시인은 자기만의 언어를 가진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남의 언어를 슬쩍 가지고 와서 자기 것처럼 쓰는 가짜가 아니고 오로지 자신의 깊은 곳에서 자신만의 언어를 뽑아내는 진짜배기. 가슴에서 거미줄을 만들어내는 고통을 감내했던 거미처럼 자신의 언어를 뽑아내는 사람. 어려운 길을 찾아가는 귀한 사람, 그런 시인이 참 시인임을 양각시키고 싶어 한다. 참 시인이 되고자 겪는 사람의 고통으로 만든 언어를 가져다 자기 것인 양 뻔뻔하게 쓰는 ‘개시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거짓, 그것을 밝혀내는 눈들이 늘 지켜보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주지시키고 싶은 것이다. .곰곰 생각해보니 살구나무가 있는 곳에 늘 죽나무가 가까이에 있었던 기억이 있다. 서로 이웃이었던가 보다. 살구나무에 ‘참’자를 붙이지 않으면 곧바로 ‘개’자가 붙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된다. 참 살구와 개살구의 차이는 엄청나다. 글자 한 자의 차이인데 그 의미가 수십 배 달라진다. 참깨, 참기름, 참빗, 참나무, 참사람. 진짜의 의미와 진정의 의미가 있는 참의 본질에 늘 귀기울이고 살기를 다짐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이웃하고 사는 나무들의 속내를 가장 잘 아는 것이 참새다 하루 종일 부지런히 나무와 나무 사이를 넘나들며’ 참을 물어다주는 참새는 건너뛰지 말고 김기상 시인에게 ‘참시인’이란 칭호를 꼭 물어다 주시길 부탁해 본다. 늘 ‘푸르른 참’의 시인으로 남아주기를 아울러 바래본다. <수필가 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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