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배가 고파서국수나 삶으려고 물을 끓인다.끓어오를 일 너무 많아서끓어오르는 놈만 미친놈 되는 세상에열 받은 냄비 속 맹물은끓여도 끓여도 넘치지 않는다.혈식(血食)을 일삼는 작고 천한 모기가호랑이보다 구렁이보다더 기가 막히고 열 받게 한다던 다산 선생오물 수거 비 받으러 오는 말단에게신경질부리며 부끄럽던 김수영 시인그들이 남기고 간 세상은 아직도끓어오르는 놈만 미쳐 보인다.열 받는 사람만 쑥스럽다.흙탕물 튀기고 간 택시 때문에문을 쾅쾅 여닫는 아내 때문에`솔`을 팔지 않는 담뱃가게 때문에모기나 미친개나 호랑이 때문에 저렇게부글부글 끓어오를 수 있다면끓어올라 넘치더라도 부끄럽지도쑥스럽지도 않은 세상이라면그런 세상은 참 얼마나 아름다우랴.배고픈 한밤중을 한참이나 잊어버리고호랑이든 구렁이든 미친개든 말단이든//끝까지 끓어올라 당당하게맘 놓고 넘치고 싶은 물이 끓는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매일을 똑같이 항상성을 가지고 평온을 유지하기란 어렵다. 평온은 마음의 어느 터럭이라도 건들려지지 않았을 때 유지된다. 손가락 끝에 가시 하나만 박혀도 온 전신이 욱신거리는데 아무리 사소한 꺼리라도 심상 속에 걸리는 부분이 있으면 가슴 속은 끓어오르기 마련이다. 그런데 끓어오른다고 아무 곳이나 대놓고 그 감정을 발산하기는 쉽지 않다. 시인의 말대로 ‘끓어오를 일 너무 많아서 끓어오르는 놈만 미친놈 되는 세상’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끓는 마음속은 나 혼자일 뿐이지 아무런 생각 없는 상대방은 그런 소리를 들어줘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끝까지 끓어올라 당당하게 맘 놓고 넘치고 싶은 물’이라도 되고 싶은 시인의 심정이 왠지 이해되는 요즘이다.<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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