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물 마시러 나왔다 달빛이거실 마루에수은처럼 뽀얗게 내려앉아숨 쉬고 있는 걸가만히 듣는다창밖으로 나뭇잎들이물고기처럼조용히 떠다니고 있다더깊은 곳으로세상의 모든 굉음은고요로 향하는 노선을 달리고 있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11월이 떠나간다.늘 느끼지만 11월은 아릿한 여운을 남긴다. 12월은 마지막달이라는 어휘와 함께 종결의 의미를 지녔지만 11월은 우리말 ‘미틈달’ 답게 마지막의 틈새에서 숨을 고르게 해주는 달이어서 아쉬움이 더 남는지 모르겠다. 시인은 ‘11월’을 아뜩할 정도로 명확하게 표현해 주고 있다. 실체를 보여주지 않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면서 ‘고요’ 속에 흐르는 달이 11월임을 나타낸 것이다. 한 밤중에 갈증을 느끼고 거실에 나오니 달빛이 ‘수은’처럼 내려앉아 있음을 본 것이다. 달빛을 수은에 비유한 시를 처음 접하며 많은 생각에 젖게 되었다. 사실 수은은 액체 상태의 금속이며 치명적 맹독 성분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 해도 은백색 흐르는 금속의 수은은 참 매력적이다. 그런 수은을 달빛으로 표현할 수 있는 과감함에 놀란다. 달빛이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는 것에 무게감을 두기 위함이고, 그러다가 흔적도 없이 증발해버리는 수은의 가변성에 비유한 언어 부림에 눈길이 끌렸다. 생소하지만 탁월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11월’이 떠나갈 때마다 보내기 싫은 마음의 끈을 놓을 수가 없어 잡아당겨 본다. 그래도 어차피 떠나가는 ‘11월’을 시인은 ‘가만히, 조용히, 고요로 향하는’ 길로 보내주고 있다. 어제 밤부터 내리는 비… 겨울을 맞이하려고 가을을 쓸어내리는 비를 맞으며 낙엽을 밟는다 <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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