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 까마귀 울고 간 북천은 아득하고수척한 산과 들은 네 생각에 잠겼는데내 마음 나뭇가지에 깃 사린 새 한 마리고독이 연륜마냥 감겨오는 둘레 가에국화 향기 말라 시절은 저물고오늘은 어느 우물가 고달픔을 긷는가일찍이 너와 더불어 푸르렀던 나의 산하애석한 날과 달이 낙엽 지는 영마루에불러도 대답 없어라 흘러만 간 강물이여<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서리 까마귀 울고 간 북천은 아득하고 수척한 산과 들은 네 생각에 잠겼는데 내 마음 나뭇가지에 깃 사린 새 한 마리’ 로 시인은 그저 스쳐 지나가듯 어떤 감정이 강조되어 있지 않고 단지 ‘내 마음 나뭇가지에 깃사린 새 한 마리’란 표현만 읊었을 뿐인데 마음 절절한 애모란 낱말이 가슴을 후비고 가라앉는 이유는 무엇일까. 애모의 뜻은 사랑하여 그리워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면 모든 것이 다 그렇게 보인다. 그리움이란 그런 것이다.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나를 가라앉히고 멍해지게 하고 아련해지면서 힘을 빼게 한다. 산과 들도 수척해 보이고 국화 향기마저 시들해 보이고 우물가에 맑은 물도 고달퍼 보이는 것. 내 마음조차 깃 사린 애처로운 새 한 마리처럼 그저 한 곳만 아득히 응시하고 있음을 문득 깨닫게 되는 것이다. 네가 곁에 없는 어떤 허전함, 채워지지 않은 빈 공허에 입 안도 바싹 말라가는 것. 그런 절실한 그리움을 한번쯤이라도 가져 본 사람은 그 눈동자를 보면 안다. 눈부처가 보인다! 눈부처가 앉아있는 참 아름다운 눈동자가 되어 있다. 그리움은 눈부처를 기르는 생각의 텃밭인 것이다. 하루하루의 날도 그렇고 떠있는 달도 그렇게 보이는데 낙엽 지는 가을날이면 더욱 그렇다. 불러도 대답 없는 너를 나의 눈동자 속에 묻어 두는 것이다. <수필가 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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