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가 안된 해는팔 게 없어 걱정이더니좀 많은 해는다 못 팔아 걱정이다갈수록 가난해지는 이상한 직업이다농약과 화학비료 안 쓰니흙은 살아나 살맛 나는데허리 휘어져라 일할수록손마디만 굵어지는 이상한 직업이다괭이와 호미 한 자루에생존을 맡기고풀과 흙에게세금 내며 만족하는 일이다아등바등하지 않고 그저새벽녘 잠을 깨우는온갖 새소리에 귀를 씻는 일이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산골 농부는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자유로운 직업이다. 해가 뜨면 출근해서 자신의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 마음대로 작업을 한다. 해가 지면 마음 내키는 대로 퇴근하는 산골 농부는 이상한 직업이긴 하다. 농사가 안 될 때도 수익이 신통찮고 농사가 잘된다 해도 수익이 신통찮으니 이상한 직업이 아니고 뭘까. 넉넉하지는 않아도 ‘풀과 흙에게 세금 내며 만족’하니 그 또한 이상한 직업인 것이다. 수익은 적어도 누군가 간섭할 리 없고 수확이 적다고 누군가 득달할 사람도 없으니 아등바등할 수확낼 이유가 없는 탓이다. 군말 할 사람 없으니 그것만으로 배부르다는 ‘산골 농부’는 자연인으로 산다. 새소리에 귀를 씻고 산골짜기 바람으로 얼굴을 닦는 ‘산골 농부’야말로 마음은 한없이 부자다. 세상의 계산법을 잊고 살아도 불편한 게 없다. 일을 하나 안하나 ‘갈수록 가난해지니’ 참 이상한 직업. 그래도 그 직업을 부러워하는 사람이 많으니 그것 또한 이상한 일이다. 나부터도 언젠가는 그 직업에 종사하리라 다짐하고 도 다짐하게 되니 참으로 그러하다.<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