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은 씨방에 넣어 보관하고나뭇가지 사이에 걸려있는 바람은잔디 위에 내려놓고밤에 볼 꿈은새벽 2시쯤에 놓아두고그 다음 오늘이 할 일은두 눈을 지그시 감고생각에 잠기는 일이다가을은 가을텃밭에 묻어 놓고구름은 말려서 하늘 높이 올려놓고몇 송이 코스모스를길가에 계속 피게 해놓고그 다음 오늘이 할 일은 다가오는 겨울이 섭섭하지 않도록하루 한 걸음씩 하루 한 걸음씩마중 가는 일이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너무 먼 앞일은 일단 접어 두자.‘오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늘을 충실히 사는 일이 무엇보다 소중함을 지나고 나면 알게 된다. 그 하루하루가 모이고 접혀서 한 권의 책이 되고, 지나온 내 얼굴이 되고 인생이 되었다. 미래만 예측하다 ‘오늘’을 놓친 적이 참 많았다. 미래는 오늘이라는 하루를 잘 보내기 위해서 있다는 것도 한참의 시간을 보내고서야 알게 되었으니 그렇다. 오늘을 쫀득하게 잘 지내자. 시인의 말대로 ‘씨앗은 씨방에 넣어 보관’하기만 하면 되고 ‘가을은 가을텃밭에 묻어’놓기만 하면 지나간다. 그러니 ‘오늘이 할 일은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생각에 잠기는 일’인 것이다. 오늘의 시간 보낼 일에 몰두하는 것이다. 오늘이라는 그 귀중함을 최선을 다해 알아가는 것. 한 발짝 한 발짝 기억하면서 걸어가는 일이다. 그러다 보면 맞이하게 되는 ‘겨울’이라는 인생의 막바지에 “열심히 살아 왔노라” 말 할 수 있지 않을까. 환하게 웃으면서 자신을 내려다보지 않을까. ‘그 다음 오늘이 할 일은’ 오늘에 충실하자고 마음 다지는 오늘이다. <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