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둥산 군데군데 푸른 구름이 내려앉는다 오리목, 떡갈나무 그루터기에 돋아나는 새순이다 초록을 한 아름씩 베어 와서 무논에 듬성듬성 흩뿌리는 할아버지이맘때는 논도 배가 고프다며 이랴, 소 몰아 쟁기질로 논밥을 골고루 비빈다 쟁깃날 스칠 때마다 논바닥이꾸르륵 꾸르륵 빈 배 채우는 소리 덩달아 쑥꾹 쑥꾹 쑥쑤꾹, 이제 갓 돌아온 쑥꾹새가 이 산 저 산 날아돌며 허기진 울음 토해낸다쑥꾹새도 논도나도 자주 허기졌던 내 유년의 5월이 다시 돌아왔다*제18회 풀잎문학상 시 대상작품<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문득 쑥꾹새 소리가 듣고 싶다. 11월의 상념을 5월의 달력에 붙여본다.가만히 풀밭에 누워 그것도 5월의 싱그러운 풀냄새 맡으며 두 눈을 감은 채 듣는… ‘허기진 울음’ 산을 타고 오는 바람에 실려 들려 오는 고요 속의 쉼표… 쑥꾹새 소리, 어느 사이 유년으로 데려간다. 추억이 어깨 위에 내려와 앉는다. 그러다 스르르 드는 낮잠이 달콤하다. ‘초록을 한 아름씩 베어 와서 무논에 듬성듬성 흩뿌리는 할아버지’의 무표정 속에는 자식들 배 불릴 생각에 ‘소 몰아 쟁기질’이 바쁘다. 허기를 달래 줄 논바닥만 보일 뿐이다. 그 사이를 쑥꾹새 소리가 파고든다. 그 시절 배고픔은 있어도 평화가 있었다. 지금은 허기는 없어졌지만 평화가 보이질 않는다. 그래서 더 듣고 싶은 5월의 쑥꾹새 소리. 따스한 햇살을 밥처럼 먹여주는 쑥꾹새의 한적한 소리가 그립다. <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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