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진저리쳐지게 붉다가창오리 떼,갈대꽃으로 칭칭 동여맨 천수만 물의 끝을 붙잡고하늘로 오르고 있다하늘 높이 퍼 올리다가 기우뚱, 붉은 물논바닥에 쏟아버렸다온통 붉디붉다세상의 모든 경계가 지워지고 같은 빛깔이 되었다노랑부리저어새 뜯어진 물결 위에 부리를 대고미처 퍼 올리지 못한 물의 뼈를 솎아내고 있다천수만 물을 퍼 올리는 가창오리 떼,세상에서 가장 큰 두레박이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아름다운 상상을 불러 모은다. 붉은 노을이 있는 하늘에 가창오리 떼가 그 노을을 퍼 올리듯 두레박 모습으로 날아가고 있는 광경을 시인은 포착한 것이다. 그들의 날개 짓에서 물방울이 튀긴다. 하늘이 우물이 되어 찰람이고 있다. ‘갈대꽃으로 칭칭 동여맨 천수만 물의 끝을 붙잡고’그 물을 담아서 어딘가로 두레박을 옮기고 있는 가창오리 떼의 노랫소리가 어쩌면 서로 힘을 돋워주는 노동요였을까. 그만 힘에 부쳐 ‘기우뚱, 붉은 물 논바닥에 쏟아버렸다’ 논바닥이 붉게 채색 되고 있다. 노을에 잠긴 논바닥에 ‘노랑부리저어새’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는 장면이 보인다. 그 풍경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가로수 늘어선 구부러진 길 위를 달린다. 붉은 물이 든 논을 보며 홍조 띤 얼굴로 자전거 페달을 신나게 밟으며 슁슁 달리고 싶다. 머리카락이 눈을 가리지 못하게 갈래머리로 땋고 소녀가 되어 그 들판을 가로질러 가고 싶구나. 그 풍경에 풍덩 빠지고 싶은 가을 날! <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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