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에 저녁식사는 저 혼자 식어가고수능이 끝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각티브이에서 흘러나오는 뉴스가 귀를 때린다마음의 심지 까맣게 타들어가는아이가 문을 열고 나오기까지 기다림은몇 시간이었을까모든 신경은 아이의 방문 앞에 다다른다생체리듬은 자정을 훌쩍 넘고달거리는 흔적도 남기지 않고 몸을 빠져나간다엄마, 엄마는 어떻게 살 수 있어현관을 들어서며 딸아이가 그녀에게 묻는<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이제 10여일 후면 수능일이다. 수능을 앞둔 고3 학생들은 쫒기는 가슴에 장작불 타는 소리를 경험할 것이다. 학부모들이 더 속이 타들어 갈 수도 있다. 밥도 제 때 먹지 않고, 신경은 곤두서 있으며 긴장이 최고조에 놓인 자녀들을 보며 안쓰러워도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으니 가슴 속만 타닥타닥 탈 뿐이다. 수능 치는 학생이 있는 집은 가족 모두가 한 번쯤은 겪는 일이다. 수능이야말로 인생 진로가 결정되는 귀중한 선택의 문이라 여기는 학생들이나 부모들의 욕심까지 보태는지는 탓일 수도 있다. 수능의 문을 거쳐 대학에 들어가고 그 학과가 취직과 연결된다고 하더라도, 세상의 문 (門)은 한군데만 있는 것이 아님을 살아보면 알게 된다. 사실 최선의 노력이 있다면 언제든 자신이 나가고자 하는 방향의 문은 열려있다. 그 방향을 잡기 위해서 삶의 기준을 잘 세워야 한다. 그 삶의 기준이 자신이 나아갈 방향에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 기준이 뚜렷하지 않으면 그 대가로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거치게 된다. 그 기준을 잡아주는 일이 부모들의 숙제인 것이다. ‘마음의 심지 까맣게 타들어가는 아이가 문을 열고 나오기까지 기다림’을 겪고 있는 시인은 이미 수능을 치고 나간 아이를 기다리고 있는 짧지만 긴 시간을 견디고 있다. 밖을 떠돌다가 늦은 시각 ‘현관을 들어서며’하는 말 “엄마 엄마는 어떻게 살 수 있어” 세상에 살아남기가 너무 힘들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도 ‘귀가’해줘서 고맙기 그지없다.‘귀가’할 수 없는‘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몇 날 며칠의 가슴앓이. 어른들의 잘못이 너무 많다. 죽음을 막지 못하고 애도하는 척만 하면 뭐하랴. 쓰린 가슴만 부여잡는다. 부디 부디 좋은 곳으로 가소서.<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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