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픔을 이해한다니/ 깊게 오해했구나감사 인사는 하지 못했다식탁을 도둑맞은 듯이/ 허기지다가뜯지 않은 소포처럼/ 더부룩한 저녁이면반문하지 않아서 순진한/오르골 태엽을 감았다운명을 비웃고 싶을 때는//누가 벗었는지도 모를 재활용함에서 가져온 외투를몇 번 털고/ 아무렇지 않게 입었다무적(霧笛)처럼미리 일러줄 사람이 아쉬워서낡은 구두를 보면서도/ 부모를 떠올렸다겨울 나비를 보듯/ 너를 걱정했다문은 벽의 수술 자국 같은 것이어서열리지 않고/ 묵은 약속도 없고바깥이 궁금하지 않았다//환멸로 욕설을 던진 후엔/ 눈사람은 입 냄새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뒤척거리다가 자정의 창을 열면/ 허공에서숯 냄새가 났다//표정은/ 내가 나를 괴롭히다가 생긴/ 부작용일 뿐인데나를/ 들킬 때마다/ 거울을 엎어 놓았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무적(霧笛)은 안개가 끼어 시계(視界)가 불량할 때에 선박 사이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하여 울리는 고동’이다. 그 고동 소리를 들으며 위험을 감지했던 선박들의 행로가 마치 부모님이 세상의 힘듦에 길라잡이 역할을 해 주시던 시절을 연상하게 된다. 가난한 지난 시절 ‘낡은 구두’로 지내시던 부모님이 떠오르게 되고 철을 잘못 만난 ‘겨울 나비’처럼 아슬아슬한 너의 모습도 걱정이 된다. 그럴 때 ‘무적(霧笛)’이 있다면 좀 좋을까. 세상의 위기를 만날 때마다 고동처럼 미리 감지하게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말이다. 무언가 태울 때 나오는 숯불의 일산화탄소 냄새가 치명적일 수 있음을 안다. 무적처럼 울려주는 누군가가 없어서 일 것이다.<박모니카>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 제보하기
[메일] jebo@ksmnews.co.kr
[카카오톡] 경상매일신문 채널 검색, 채널 추가
유튜브에서 경상매일방송 채널을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