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러시아 연인들이 정혼할 때자작나무 수피 연서를 나누는 의식이 있었다는데나무 향이 사라지듯 사랑의 감정도 희미해질 때봉인해 둔 약속을 다시 불러냈다 한다결대로 일어나는 껍질을 벗기며 이것은 종이가 아니라 옷에 가깝다는 생각우리 옛사람들은 난을 치고 글을 지어정인의 치마에 정표로 건네고 떠났다는데당신의 이름과 내 이름 사이 단 하나의 문장이 떠오르지 않아길을 놓친 새처럼 우두커니 앉아 있다나는 남쪽 들녘을 떠돌고당신은 북쪽 언덕에 머물러 있으니 나무의 옷 한 조각 얻어 환영 같은 시간들 지워 볼까자작나무 검은 상처 자국은 시그넷 링의 봉인 자국무수히 달이 차고 기울어도접힌 채 옹이처럼 풀리지 않는 편지오로지 당신이 *시그넷 링 인장을 뗄 수 있겠다*시그넷 링(signet ring)인장; 도장을 새긴 반지 (일반적으로 새끼 손가락에 낌)<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어렸을 적 친구들과 토끼풀 반지를 주고받은 적이 있었다. 지금은 그 친구들 얼굴조차 생각나지 않지만 그 반지를 받고 나면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기쁨에 들뜨곤 했다. 토끼풀 반지가 다 시들어 꽃잎이 갈색으로 변할 때까지 버리지 않고 간직한 적이 많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누군가가 준 나에 대한 마음이라 귀중하다고 여겼던 같다.지금도 누군가에게 토끼풀 반지를 받는다면 그런 기분에 젖을 것이다. 그 토끼풀 반지를 줄 수 있는 마음이 보석을 주는 일보다 귀하게 느껴진다는 의미다. 그것은 보석이라는 현실보다 진심이라는 가치를 아직도 더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순수를 아직은 잃지 않아서…일 테니…시인의 ‘시그넷 링(signet ring)인장’에 무엇이 새겨져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쩌면 둘만이 간직해야만 할 문양이거나 글자가 새겨져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접힌 채 옹이처럼 풀리지 않는 편지 오로지 당신이 *시그넷 링 인장을 뗄 수 있겠다’ 고 했으니까…‘나무 향이 사라지듯 사랑의 감정도 희미해질 때 봉인해 둔 약속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자작나무 수피 연서를 나누는 의식’이 새롭다. 그 의식의 저변에는 그 둘만의 사랑이 변색 되지 않기를 바라는 영원에의 갈망을 소환하는 과정이 내재되어 있음이 보인다.사랑도 어쩌면 사랑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만 지켜지는 것이며 저절로 자라는 것은 아니라는 것. <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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