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잠깐 볼 수 있어요? // 나는 나갑니다우리는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하루 중 가장 한가한 시간이었고가장 바쁜 시간이었다 해도 나갔을 겁니다오늘처럼 비오는 날우산 없이 걷는 사람이 있습니다충분히 젖은 채로도 젖지 않은 것처럼어깨를 들썩이며/ 그는 음악을 듣고 있는 것 같습니다그렇게 생각한 건/ 내 귀에 이어폰이 꽂혀 있기 때문입니다장르도 모르는 음악 때문입니다눈을 커다랗게 뜨고 빤히 쳐다보기 때문입니다우산을 쓴 나와/ 비를 맞고 있는 그가같은 얼굴로 서성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오늘 한 번 보았을 뿐이지만우리는 매일 같은 시간에 이곳을 지나고 있었고같은 상품을 진열해 놓은 편의점 앞에서컵라면을 먹은 적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어려운 사람이 아닐지도 모릅니다내가 아는 사람은 늘 어렵고/ 모르는 사람 앞에서는 솔직해질 수 있습니다가끔씩 우리는/ 지평선을 궁금해 할 수도 있고비처럼 흘러 아픈 데를 씻겨줄 수 있습니다이렇게 계속 그를 바라보지 않아도기다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기다리지 않아도/ 비는 곧 그칠 것입니다 <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매시업(Mashup)이란 음악 용어로 서로 다른 곡을 조합해서 새로운 곡을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사람과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어가는 과정을 ‘매시업’으로 비유한 것이다. ‘충분히 젖은 채로도 젖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이성(異性)의 사람이 ‘눈을 커다랗게 뜨고 빤히 쳐다보’는 광경을 상상해보라.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까. 대칭되는 양극에서 스파크가 일 것만 같다. 비 오는 날, 그런 눈빛으로 바라봐주는 사람과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빗줄기는 감전을 일으키는 매개체일 터. 그런 감전이 은근히 기다려지는 비 오는 날의 상상이라니…<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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