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걸러 어머니는 나를 업고 이웃 진외가 집으로 갔다 지나다가 그냥 들른 것처럼 어머니는 금세 도로 나오려고 했다대문을 들어설 때부터 풍겨오는 맛있는 밥 냄새를 맡고 내가 어머니의 등에서 울며 보채면장지문을 열고 진외당숙모가 말했다 -언놈이 밥 먹이고 가요 그제야 나는 울음을 뚝 그쳤다밥소라에서 퍼주는 따끈따끈한 밥을 내가 하동지동 먹는 걸 보고 진외당숙모가 나에게 말했다 -밥때 되면 만날 온나 아, 나는 태어나서 젖을 못 먹고 밥조차 굶주리는 나의 유년은 진외가 집에서 풍겨오는 밥 냄새를 맡으며 겨우 숨을 이어갔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따뜻한 시 한 편이다.‘밥조차 굶주리는 나의 유년’을 가진 시인에게 ‘진외당숙모는 수호천사와 같은 분이셨던 것. 어머니는 체면도 있고 미안함도 있으나 그런 염치불구하고 밥 먹을 시간이 되면 아들을 업고그런 진외당숙모의 집을 가셨던 것 같다. 어머니는 배곯아도 아이는 먹여야겠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을 무릅쓰지 않았을까. 그 마음이 보인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하셨을 어머니의 마음이라니… 그 마음을 읽으신 진외당숙모는 부담 갖지 말라고 “-밥때 되면 만날 온나”고 가볍게 말씀하셨던 것. 어렸지만 시인은 그 말에 대한 고마움을 두고두고 잊지 않고 있다. 성장해서 청년이 되었을 때도 고마웠고 성인이 되어서도 그 말이 가슴 속에서 시인을 키우는 심지가 되었을 것이다. 사람은 밥을 먹고 신체가 자라듯 마음은 정(情)을 먹어야 온전하게 자라는 법이다. 어린 시인은 그때의 진외당숙모 목소리를 ’이날 이때까지 이렇게 고운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기억하고 있다. 진외당숙모의 정(情)을 어머니의 등에 업혀서 느꼈기 때문이리라. ’밥냄새‘에 그 분의 따스함이 구수하게 스며들었기 때문일 것이다.살아오면서 나에게 고운 목소리를 들려주셨던 고마운 분들을 한 분 한 분 새겨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어릴 때일수록 고마움이나 아픔이 깊게 새겨지는 것은 아마 순수라는 맑음이 있어서 다. 문득 두레반어머니의 밥상이 그리워지는 날이기도 했다.<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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