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화단으로 두기 아까워유채 씨를 뿌려겨울 내내 나물을 해먹었지만먹을 시기를 놓친 것들은씨나 받자고 놔뒀는데씨방이 생기고부터 찾아오던되새 몇 마리가며칠 지나니제 식구 다 데리고 와떼거리로 몰려들어 씨방을 쪼아댔다씨나 받을 것이 있을지 의문이지만저들도 먹고 살자는데필요한 만큼만 남겨줄 거라 믿으며실컷 먹으라고 내버려둬 버렸다가진 것 나누어주는 것이 보시가 아니라보시는 필요한 만큼만 취하는 것되새가 남겨둔 씨앗을 털어보니생각보단 양이 많아되새는 떠나버렸지만 고마웠다
<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되새는 씨앗을 즐겨먹고 곤충을 먹이 삼는 새다. 되새의 모양은 머리와 어깨 사이가 푸른빛이 도는 검정색이고 가슴 부분은 진노랑 색이 있는 작은 새인데 자세히 보면 눈망울이 까맣고 귀여운 데가 많은 녀석이다.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가 우르르 내려오기도 하고 화들짝 날아오르기도 하는 그 새들의 무리를 보며, 마냥 보고 즐기기엔 유채 씨앗이 남을까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었던가 보다. 그러다가 문득 ‘보시란 가진 것을 나눠주는 것이 보시가 아니라 필요한 만큼만 취하는 것’ 이라고 체념한다. 마음이 선한 사람들의 생각은 배시시 미소를 번지게 한다. 마음을 푸근하게 하고 편안하게 한다. 농군이 된 시인은 유채 씨앗을 뿌려서 나물도 해먹고 꽃이 피면 꽃도 보며 유채 밭을 즐겼던가 보다. 겨울 내내 찬거리를 만들어 주었던 유채에 어느 정도는 씨를 받으려고 남겨 두었는데 씨방이 생기고부터 되새가 날아 온 것이었다. 그것도 제 식구도 데려 오고 이웃 집 되새도 불러 모아 떼거리로 씨방을 쪼아 댄 것이다. 되새도 먹고 살자는데 실컷 먹으라고 내버려둬 버렸다고 했다. 같이 나눠 먹는 자연의 이치에 통달한 시인은 마치 달관의 경지에 이른 것처럼 보인다. 사사건건 트집 잡고 작은 이익에 목숨 건 소인배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오히려 되새가 싹쓸이하고 떠나고 난 자리에 씨앗도 남겨 주었다고 고마워하는 모습이 저절로 미소를 불러들인다. 텃밭을 건너 온 말씀이 향기롭다. (수필가 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