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어머니의 손에 입을 맞출 것하늘 나는 새를 향해 손을 흔들 것일 년에 한 번쯤은 흰 눈송이를 두 손에 고이 받들 것들녘에 어리는 봄의 햇살은 손안에 살며시 쥐어볼 것손바닥으로 풀잎의 뺨은 절대 때리지 말 것장미의 목을 꺾지 말고 때로는 장미 가시에 손가락을 찔릴 것남을 향하거나 나를 향해서도 더 이상 손바닥을 비비지 말 것손가락에 침을 묻혀가며 지폐를 헤아리지 말고눈물은 손등으로 훔치지 말 것손이 멀리 여행 가방을 끌고 갈 때는 깊이 감사할 것더 이상 손바닥에 못 박히지 말고 손에 피 묻히지 말고손에 쥔 칼은 항상 바다에 버릴 것손에 많은 것을 쥐고 있어도 한 손은 늘 비워둘 것내 손이 먼저 빈손이 되어 다른 사람의 손을 자주 잡을 것하루에 한 번씩은 꼭 책을 쓰다듬고어둠 속에서도 노동의 굳은살이 박인 두 손을 모아홀로 기도할 것<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이 시를 읽으면서 ‘손에 대한 예의’가 왜 필요한가에 대해서 깊이 명상하게 되었다.시를 읽어 가다 보면 시인이 왜 명령에 가까운 어투를 써야만 했는가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이해한 것이다. 우리에게 ‘손’은 가장 힘들고 무거운 허드렛일을 시키는 데 몰두했었다는 미안한 마음이 들게 되었다. 손을 얼마나 괴롭혀 왔었는가에 대한 반성도 아울러 하게 되었다. 뒤늦은 깨달음이랄까.‘손에 많은 것을 쥐고 있어도 한 손은 늘 비워둘 것 내 손이 먼저 빈손이 되어 다른 사람의 손을 자주 잡을 것’ 손이 비어있지 않아서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지 못했던 기억으로 마음이 아리다. 양손에 무언가를 놓고 버리지 못한 쓸모없었던 욕심들이 생각 나서다. 어리석었다는 것. 그래서 놓친 귀한 인연들이 생각나서다. 쓸모없었던 것들과 귀한 인연을 바꿔치기했던 지난날들의 ‘손’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맹세를 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도 노동의 굳은살이 박인 두 손을 모아 홀로 기도할 것’을 다짐했다.처음으로 경건하게 마음을 담아서 손을 가만히 쓰다듬어준 날이었다. <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