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아랫골 못자리에 고무장화 당겨 신고 든다//모쟁이와 못줄잽이와 모잽이도 없이 늦모내기하려고황톳물 이는 모판을 뗀다볏모뿌리 안 뜯기게 모를 쪄서지푸라기로 묶어내던 시절은거머리 떼며 논두렁국수를 말던할부지 할매를 따라간 지 오래여서 농기계수리소 다녀온 이앙기가 써레질 끝난 논둑에 대신 나와 있다걷는 걸음걸음 초록발자국이 찍히는이앙기의 발가락은 몇이나 될까흙범벅 트럭에 모판을 옮겨 싣고아득바득 우겨 지나가는 논둑길,물 뿜어대는 양수기가 요란케 바쁘다밥벌이 일터 동료와 나도 이래저래 고꾸라지고 나엎어지면서 일손 보탠다//물꼬에 술렁술렁 손 헹구던 만석댁, 솔밭 길 바삐 거슬러 집으로 가니 무논에 걸음을 끌던 햇발도 서녘으로 든다//닭장엔 실한 암탉이 한 마리 줄고만석양반 코 고는 소리가 하늘 들쑤셔, 별들이 말똥하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옛모내기의 소란스러운 들썩거림은 없으나 어릴 적 모내기 풍경이 아련하다.‘모쟁이와 못줄잽이와 모잽이도 없이 늦모내기하려고’ 무논에 나온 만석양반. 이앙기(-모를 옮겨 심는 기구)와 양수기가 사람대신 버텨주고 혼자하기가 버거워 부른 일손, ‘밥벌이 일터 동료’만 한 명 추가다. 옛 모내기철에는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 품앗이해가며 동네잔치처럼 모내기를 했다. 동네 꼬맹이도 신이 나고 똥강아지도 꼬리 흔들며 모내기에 한 몫 거들었다. 모내기 안주인의 온갖 솜씨 다 부린 맛있는 새참이 품앗이꾼들을 으쌰으쌰 목청 돋워줬다. 신바람이 난 農者天下之大本! 이었다. 이젠 어디 가서 찾을까. 열심히 일하고 온 만석양반을 위해 만석댁은 암탉 잡아 몸보신시키니 모내기 끝낸 보람인 양 만석양반 댓자로 잠들어 ‘코 고는 소리가 하늘 들쑤’신다. 그래서 별들이 말똥말똥, 잠을 잘 수가 없었나보다. 하, 그래서 별들이 초롱초롱 눈빛이 더 반짝였나 보다.<박모니카>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 제보하기
[메일] jebo@ksmnews.co.kr
[카카오톡] 경상매일신문 채널 검색, 채널 추가
유튜브에서 경상매일방송 채널을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