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안녕 눈동자여, 은빛 그림자여, 사연이여병이 깊구나/ 얼마나 오랫동안 속으로 노래를 불러네가 없는 허무를 메웠던지그런,/ 너의 병은 왜 이렇게 아름다운지어떤 무늬인지 읽지 않았으니아무 마음 일어날 줄 모르는데얼마나 많은 호흡들이 숨죽이고 있는지한 발자국도 내딛을 수 없는 압력휘청, 발목이 잘려나간 것처럼한없이 무너지고 싶다밥 먹어,/ 너의 아름다운 병도 밥을 먹어야지별다방 아가씨가 배달 스쿠터를 타고전화번호가 적힌 깃발을 휘날리며 지나간다누가 부르지도 않았는데참혹한 욕망이 문지방까지 와서기다리고 있다//돌아가자/ 너의 아름다운 병을검은 아스팔트까지 바래다주러 간다가면, 오래 오래 흐린 강 마을에서집의 창을 만지는 먼지들과 살 너와돌아서면 까맣게 잊고이미 죽은 나무에 물을 뿌릴 나는*저리위- 독주에 취해 더 깊은 병을 볼 거면서//먼 길로,/ 일부러 먼 길로너의 아름다운 병을//오래 오래 배웅한다*저리위; 놀리는 자리에서 저쪽으로 뒷걸음쳐서 가라고 할 때 하던 말
<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함시인의 말~ ‘아름다운 풍경. 그런 풍경들은 나를 사로잡는다. 강렬한 햇빛을 받고 서 있는 강변의 여름 나무들, 아침 햇살에 빛나는 너무 눈부신 바다, 소실점으로 사라져버리는 길들, 부드러운 벽. 그러나 그런 풍경들은 내가 그들의 바깥에 있을 때만 거기에 있다. 내가 그 아름다움에 이끌려 거기에 있을 때, 풍경은 사라져버린다. 풍경은 내가 뛰어들자마자 사라져버린다. 나는 풍경에 의해 소외될 때 비로소 아름답다. 풍경과 나의 距離.’ 라는 말을 했다. 이 시를 해설해 놓은 것 같아 인용해본다. 인간도 그렇다. 거리(距離)가 있어야 비로소 아름다워진다. 너의 ‘아름다운 병’은 시인을 향한 마음일 것이다. 아름다운 풍경은 근경보다 원경에 있다. 서로의 아름다운 마음을 지키려면 거리를 두어야 된다는 것. 그래서 ‘일부러 먼 길로 너의 아름다운 병을 보내야만 되었나보다. 너무 아파서 오래 배웅해야만 했나보다.<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