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중한 보름 정도만 빼고 나머지는 추웠다.지구의 가슴이 점점 뜨거워져서빙벽이 녹아 무너져내린다는데오랫동안 여름을 보지 못했다.나는 여름 동안 어디 있었나?한여름 문 열고 나와본다.깊은 밤군데군데 뭉쳐 있던 몸속의 얼음소름 돋아 오슬오슬 떨려오던 장기들같이 따라 나선다.활활 타오르는 땡볕 아래를/ 얼음을 품고 걷는다.꽃인지 나무인지 분간못하게온몸을 쥐어짜며 푸르기만 한푸르거나 말거나 상관없이시린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걷는다.한여름 속에 살고 있는/ 이 은밀한 한기이 추위 깊숙이 저 아래/ 어쩌면 내가 있으리라.갑자기 여름이 되지 않는/ 찬 우물 같은 내가순간순간을 진저리쳐대야 바뀌던 나를붙잡고 헉헉대며 이미 다 써버린 여름소낙비처럼 쏟아지다 뒤틀린 땀방울씻어주는 이 없어 얼고 또 얼던 얼음 위의 얼음어느 장기 옆일까?/ 어느 마음 옆일까?나를 버티게 하던 울툴불퉁한 빙벽이 서 있는 곳팔보산 정상까지 걸었다.언젠가 그와 같이 산을 걷다가추위 깊숙이 웅크린 얼음 서로 만져볼 수 있다면이 푸른 공기로도/ 어쩌면 내가 녹아 있으리라./ 눈물처럼.<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시의 면면히 흐르고 있는 것은 ‘그리움보다 더 지독한 외로움을’ 앓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누군가를 향한 마음이 절절하다. ‘그와 같이 산을 걷다가 추위 깊숙이 웅크린 얼음 서로 만져볼 수 있다면 이 푸른 공기로도 어쩌면 내가 녹아 있으리라.’ 는 표현처럼 아득한 염원을 품고 있다. 시인은 ‘활활 타오르는 땡볕 아래를 얼음을 품고 걷는다.’고 했다. 여름 땡볕 아래에서도 냉기에 감싸여 있다. 아무도 그리워하지 않는 혼자는 홀로 견딜 수 있으나 누군가가 있어 그리워하는 마음이 있다면 견디기 힘든 외로움도 자라는 것이다. 간절함이 있는 시인의 진정성이 얼음처럼 맑다. 그 청청함이 얼음이 갈라지듯 쨍! 하는 직선음을 남긴다. <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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