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마을에서 나고 자란 토종 한국 남자와 호주 밖에서는 살아본 적이 없는 토종 호주 여자가 만나 결혼했다. 전혀 다른 배경에서 성장한 이들이 호주 시드니에 신접살림을 차리고 알콩달콩 살아가는 이야기가 블로그에 연재돼 많은 국제결혼 커플의 공감을 얻고 있다. 영문 블로그 `마이코리안허즈번드(https://www.mykoreanhusband.com)`를 운영하는 `호주 새댁` 니콜라 권(31)은 6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블로그를 통해서 나처럼 한국인 배우자를 둔 전 세계 사람과 만날 수 있어 기쁘다"고 블로그 운영의 즐거움을 전했다. 니콜라는 2010년 시드니에서 남편 권순홍(32) 씨를 처음 만났다. 학생 비자로 호주에 와 있던 권씨가 낸 언어 교환 파트너 광고를 통해서였다. 당시 니콜라는 워킹홀리데이 등으로 호주에 온 한국 친구들과 사귀면서 K-팝을 비롯한 한국 문화를 접하고 막 관심을 품던 참이었다. 첫 만남부터 시작된 권씨의 강한 구애 끝에 둘은 연인이 됐다. 지난해 4월 호주, 5월 한국에서 차례로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 결혼과 함께 블로그도 만들었다. "인터넷에 `한국 남편`을 검색해봤는데 온통 부정적인 것뿐이었어요. 한국 남편과 문화를 비난하는 아내들의 글이었죠. 그런데 제가 보기엔 그들이 겪는 문제가 한국 문화와는 전혀 무관했거든요. 그냥 성격 나쁜 사람과 결혼한 것뿐이었죠.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서 나부터라도 무언가 긍정적인 이야기를 올리려고 결심했어요." 미술을 공부했던 니콜라는 남편과의 에피소드를 글로만 올리는 대신 간단한 만화를 곁들이기로 했다. 풍경화 위주의 전통적인 회화를 그려오던 그에게는 새로운 도전이기도 했다. 하루에 하나꼴로 올라오는 포스트에는 문화 차이로 생기는 코믹한 상황, 서로 낯선 상대방의 문화를 접하며 발생한 에피소드, 한국과 호주의 `다름`에 대한 생각들이 귀여운 만화와 함께 담겼다. "우리는 성격이 잘 맞고 공통점도 많지만 서로 다른 문화에서 살아왔다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더라고요. 가령 어떤 일에 남편은 좀더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저는 논리적으로 분석하려고 드는 경향이 있어요. 남편은 제가 자신의 감정에 동조해주지 않아서 섭섭해하곤 하죠. 성격차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한국 문화에 관한 책을 몇 권 읽고 나니 이해가 더 쉽더라고요." 문화적 차이가 두드러지는 일 가운데 하나는 웃어른을 대하는 태도다. 남편은 니콜라의 동생이 부모님에게 무례해 보일 정도로 격의 없이 대하는 것을 보면 소스라치게 놀라곤 한단다. 편하게 이름을 부르라는 장인, 장모의 말도 아직 따를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어른 대하는 법이 어렵기는 니콜라도 마찬가지. 니콜라는 길에서 한국 어른과 마주치면 "어른과 이야기할 때는 눈을 맞추라"는 호주식 예절과 "어른에게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라"는 한국식 예절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상대방을 똑바로 올려다보면서 허리만 숙이는 `도전적인` 인사를 하고 만 경험을 만화로 그려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요즘 블로그에는 매일 평균 800명 정도의 독자가 다녀간다. 미국, 호주, 한국 순으로 독자가 많고 말레이시아, 프랑스, 브루나이, 이집트, 헝가리 등에서도 방문한다. 니콜라처럼 한국인 배우자나 애인을 둔 사람도 있고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도 있다. "제가 올린 이야기를 보고 전 세계 독자가 `제 한국 남편도 그래요!`라는 댓글을 달곤 해요. 제 남편만의 독특한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반응을 들으면 문화의 영향이 얼마나 큰지 깨닫고 새삼 놀라죠. 사람들은 때로 모든 사람을 같은 방식으로 대하려고 애쓰기도 하는데, 전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문화도 배울 수 있고요." 한국인과 결혼을 앞둔 외국인을 비롯해 여러 예비 다문화 부부에 대한 니콜라의 조언도 `다름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들이 있어요. 우리 부부는 서로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생길 때 상대의 방식을 두고 `그건 바보 같아`라고 말하는 대신 `그냥 좀 다르네`라고 말해요. 어떤 일은 그냥 웃어넘기는 것이 편할 때가 있죠." 니콜라는 "한국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내년 초에 남편과 한국에 가서 몇 년 살 생각"이라며 "무엇을 할지, 어디에 살지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지만 블로그 활동과 글쓰기로 생활이 가능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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