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을 어쩌믄 좋아,저기 저기 감낭구 아래 담임 선생님 가정 방문 오시네.오늘 낼 넘기믄 안 오실 줄 알았지.뒤란에 숨으까 산으로 가까,//콩밭에 숨으까 수수밭에 숨으까./ 마음은 동서남북 사방팔방 첫서리하다//들킨 것처럼 뿔뿔이 달아나는데/ 몸은 왜 이리 고구마자루 같으까,//옴쭉달싹 못 하고 가슴은 벌렁벌렁,/ 선생님 벌써 사립문 없는 삽짝에 들어서시네선생님 오셨어유? 치란아, 어머니 어디 가셨냐,밭에 가셨나 봐유. 지가 불러 올게 잠깐 기다리세유엄마, 엄마, 선생님 오셨어./ 열무밭 매던 엄마, 허겁지겁 달려 나오시는데,펭소에 들어오지 않던 우리 엄마 입성이/ 왜 저리 선연할까. 치마 저고리 그만두고,//나무꾼이 감춘 선녀 옷 그만두고,/ 감물 든 큰 성 난닝구에, 고무줄 헐건 몸뻬 바지//넥타이허리띠로 동여매고,/똥방위 받는 시째 성 깜장색/ 훈련화 고쳐 신고 달려나오시는데,//조자룡이 헌창 쓰듯 흙 묻은 손에/ 호멩이는 왜 들고 나오시나.양푼에 조선오이 삐져놓고,/찬물 한 대접 곁들여놓고,/엄마 옆에 붙어 앉았지만선생님 말씀 듣기지 않고,/기름때 묻은 사기 등잔이,//구멍 난 창호지가, 흙 쏟아지는 베름짝이,/ 쥐오줌에 쳐진 안방 천장이,잡풀 돋는 헛간 지붕이 용용 죽겠지 눈 꿈쩍이며선상님 나 여깄수 소릴 치네./ 주고개 이정골 통틀어 제일 외딴집,//전기도 안 들어오는 산지기 집에 담임 선생님 오신 날,나 이날 잊을 수 없었네. 잊을 수 없어서//선생님 오신 다음 다음날 일요일 날,/나 뒷산에 올라 대낭구 장대로 참낭구시퍼런 누에고치를 두들겨 털었다네.//이놈 따다가 우리 엄마 참낭구/새순처럼 은은히 푸른 비단 치마 저고리 해드려야지.털고 또 털어 대소쿠리 그득 고치 찼지만,/그러나 엄마는 그 고치 내다 팔았고,나 울면서 그 돈 타다 공책 샀다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전기도 안 들어오는 산지기 집에 담임 선생님 오신 날’을 잊을 수가 없어 시인은 그 날을 상세히 기억하고 있다. 그 날따라 ‘기름때 묻은 사기 등잔이, 구멍 난 창호지가, 흙 쏟아지는 베름짝이, 쥐오줌에 쳐진 안방 천장이, 잡풀 돋는 헛간 지붕이’ 왜 그렇게 크게 확대되어 보였던지. 자식들을 키우려고 ‘고무줄 헐건 몸뻬 바지, 넥타이허리띠, 깜장색 훈련화’ 신고 나오는 어머니의 모습…가여워서 고치 팔아 ‘푸른 비단 치마 저고리’사드리려고 했건만…오랜 세월이 지나도 자신을 내다 버린 어머니의 오직 자식 사랑이 어찌 잊혀질까. 그 사랑이 이어져 사람들 마음에 스며드는…시인이 되었던 것을…<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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