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신일권기자]지난해 아동학대 신고가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던 학교와 유치원이 정상화되면서 숨겨진 학대가 드러난 것으로 추정된다.보건복지부가 31일 발간한 `2021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접수 건수는 5만3932건으로 전년 대비 27.6% 증가했다.신고 중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는 3만7605건으로 전년 대비 21.7% 늘었다. 이 중 재학대로 확인된 사례는 5517건, 피해아동을 가정으로부터 분리보호한 사례는 5437건이다.복지부는 아동학대 신고가 크게 증가한 이유로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의심사례를 보면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점 △아동학대 조기 발견과 대응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대응 강화 △2021년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되면서 학교 등 외부에서 위기징후를 발견하는 사례가 증가한 점 등을 꼽았다.실제로 2018년 6.6%, 2019년 13.7%씩 빠르게 늘어나던 아동학대 신고는 코로나 사태 첫해인 2020년 2.1%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학교와 어린이집 등이 휴교하면서 교사 같은 신고의무자의 의심신고가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지난해 학대로 숨진 아동은 전년보다 3명 감소한 40명으로, 이 중 24개월 미만 영아가 15명이었다.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된 `자녀살해 후 극단선택`으로 사망한 아동도 14명에 달했다. 복지부는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후 자살을 시도하거나 실제로 같이 사망한 경우가 14명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수 년째 아동학대 10건 중 8건은 가해자가 부모인 것으로 조사됐다. 학대 행위자는 부모가 전체의 83.7%(3만1486건)를 차지해 전년보다 1.6%포인트 증가했다. 이어 교직원 등 대리양육자 9.6%(3609건), 친인척 4.0%(1517건) 순이었다.복지부는 "지난해 1월 민법상 친권자의 징계권이 폐지됐지만 여전히 훈육 과정에서 학대가 발생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폭언 등 아이에게 공포심을 주는 행위도 정서적 학대라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아동학대 피해아동 발견율(아동인구 1000명당 학대사례 발견비율)은 2017년 2.64‰에서 지난해 5.02‰까지 상승했다. 다만 미국(8.4‰), 호주(12.4‰) 등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다.복지부는 "이번 연차보고서를 통해 아동학대 대응체계의 추진 상황에 미흡한 점은 없는지 살펴보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