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지나가고 쌀쌀한 초가을이 찾아오면서 문·이과 통합 체제로 11월 18일 치러지게 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집중력을 잃고 힘들었던 지난여름의 건강을 다시 찾아 마지막 수능준비에 최선을 다해야 할 시기다. 부족한 영역을 채울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아 심리적인 부담감이 크기 때문이다.하지만 남은 기간을 잘 활용한다면 평소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언제나 그랬듯 수능당일까지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되고 방심도 금물이다.대다수 학생들에게 짧게는 고등학교 3년, 길게는 학창시절 12년을 단 하루의 시험으로 정리하는 날이기도 하고, 자기의 진로 또는 미래를 선택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되는 날이기도 하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아들과 딸의 운명이 결정될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하는 날이기도 하다. 지난 일이지만 휴대전화를 이용한 대규모 수능 부정행위가 발각돼 온 나라가 홍역을 치룬 적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공정하게 치러져 왔다고 인식된 수능 시험에서마저 신뢰가 무너지는 안타까운 현실을 바라보면서 씁쓸한 마음 감출 수가 없었다.사회적으로 추구하거나 선택해야 할 가치가 적을 수밖에 없는 어린 학생의 경우에는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해서라도 그런 가치를 획득하고 싶은 충동이 성인보다 더 강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시험에 의한 가치 획득이 자신의 인생 설계에 있어서 거의 절대적이라고 생각할 경향성이 크기 때문이다.상급 학교로 갈수록 그 통로는 좁아진다. 그래서 최상급 학교인 대학은 병목이 되고 만다. 당연히 그 병목을 통과할 사람은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러기 때문에 수능은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병목을 통과하고 나면 아무런 제약이 없는 세상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병목 논리가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학벌 논리요 학벌 사회를 드러낸 것이다. 병목 밖의 가치는 다양한데 오로지 그 가치는 그 병목을 통과해야만 획득할 수 있다는 논리다.현실 세계에서 사회적 가치는 다양하게 분배된다. 그럼에도 대학이 중시된다. 그 까닭은 대학이 사회적 위신이나 명예라는 가치에 불가결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위신이나 명예가 중시되는 것은 존중되어야 하지 탓할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나왔느냐 혹은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에 따라 그 평가를 달리 하는 일이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다.수능에서 엄격한 시험 감독은 필요하지만, 기성세대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방법을 동원해서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데까지 가게 한 사회적 책임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수험생과 학생에 대한 윤리 의식 교육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곧 닥칠 수능시험을 두고 수함생 부모는 용기를 주고 건강관리에 우선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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