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가다가 물을 마시려고샘물 앞에 엎드리니물속에 능선 하나나뭇가지처럼 빠져 있다물마시고 일어서자능선은 물속에도 하늘에도 없다집에 돌아와 자는데몸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들여다보니내장까지 흘러들어간 능선에서막 달이 솟는 소리그때부터다내 골짜기 새 울고 천둥치고소나무 위 번개 자고 밤에 짐승 걷고노루귀꽃 고개 들어 가랑잎 안에 해가 뜬다내 안에 산이 걸어간다 <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내 안에 산이 걸어간다.’는 말, 참 오랜만에 듣는다. 산을 가슴 안에 담고 사는 사람을 모처럼 본다는 말인 것이다. 묵묵한 산. 말없이 받아주고 안아주는 넉넉하고 듬직한 가슴을 가진 산은 늘 그 자리에 그렇게 있다. 그 자리에 그대로 변함없이 있는 산 -가는 것은 가는 대로 오는 것은 오는 대로 보내주고 품어 준다. 낮은 곳으로 흐르는 골짜기에 발 담그고, 담글 동안 송사리 떼에게 발을 내주면 송사리 떼는 발가락을 간질이다가 깨물기도 하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저절로 까르르거리게 되는…산!‘막 달이 솟는 소리’ ‘그때부터다 내 골짜기 새 울고 천둥치고 소나무 위 번개 자고 밤에 짐승 걷고 노루귀꽃’ 이 잠드는 소리를 듣는 것은…봄이면 청노루귀꽃이 피어나는 소리에 아침을 여는 산! 여름이면 수정난초 웃는 소리에 하늘을 펼쳐주는 산, 그 산이 내 안에 있다는 생각만으로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모처럼 시간 내어 솔나리 보러 석개재라도 가야 할까 보다.<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