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영일만의 조그만 어촌도시에서 창조된 1968년의 신화를 기억한다. 포항제철의 설립은 하나의 기적이자 신화였다. 당시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철강을 생산하는 포항제철은 포항에 존재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시민의 자랑거리이자 자부심이었다. 학창시절의 필자는 ‘가장 존경받는 기업’, ‘글로벌 지속가능경영기업’,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회사’라는 소리를 언론을 통해 들으며 성장했다. 이런 철강기업을 둔 포항시는 경북의 중심도시이자 대한민국의 자랑이었다. 철강왕, 박태준의 경영이야기 <최고기준을 고집하라>를 보면 1968년 3월 6일, 포항제철 설립을 위한 발기인 대회를 개최하고 회사 정관을 확정했다고 나와 있다. 이어 4월 1일 역사적인 창립식을 거행했다. 창립식에서 박태준 회장이 귀빈들 앞에서 “우리는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여 최소의 경비로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제철소를 건설할 것입니다”라고 약속했다. 그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포철에 던졌다.1970년 4월 1일 박정희 대통령을 모시고 착공버튼을 누른 그는 황량한 모래벌판에서 맨주먹으로 시작, 세계 최고의 종합제철소를 만들었다. 지금 우리는 그와 임직원들의 피땀의 결실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박 회장이 포스코를 경영할 때는 해마다 흑자경영을 갱신했으며, 스탠포드, 하버드 등의 세계일류대학 연구소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포항제철의 급성장 요인은 간단했다. 바로 저비용으로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정직하고 정확한 관리를 추구하며, 삼고삼무(三高三無) 즉, 최고의 생산성, 최고의 품질, 최고의 낮은 비용 그리고 무결점, 무사고, 무낭비를 목표로 정하고 이를 전 직원들이 실천한 것이다.“목숨을 걸자. 실패하면 우리 모두 사무소에서 똑바로 걸어 나와 우향우 한 다음 동해바다에 몸을 던지는 거다.” 포항 시민에게 너무도 잘 알려진 ‘우향우 정신’은 영일만에서 죽기를 각오하고, 포항제철을 만들려던 간절한 결의였다.주황색 제복에 안전모, 자전거를 타고 형산강 다리를 넘나들던 포철근로자들이 TV에 비치는 모습은 대한민국 근대화 역사 그 자체였다. 전국에서 모여든 그들은 포항을 살기 좋은 곳으로 변화시킨 개척자였고, 영일만의 기적을 일으킨 창조자들이었으며, 경제 강국 대한민국을 일으킨 주역들이었다.포항제철은 2002년 사명을 포스코로 변경했다. 그리고 지금은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라는 2개의 제철소를 보유하고 있다. 포항제철소의 운영을 통해 배운 기술의 노하우를 광양제철소에 접목했으며, 이제는 고품질의 제품생산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다. 광양제철소의 연간 조강 생산량은 2015년 현재 단일 제철소로는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포스코와 포항시는 54년 동안 상생하며 포스코가 힘들 때는 포항시민들이 나섰고, 지역경제가 어려울 때는 포스코가 적극 나서서 함께 고통을 나누었다.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서로가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 바탕에는 소지역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한 탓이겠지만, 궁극적인 갈등은 지역과 기업의 생존의 문제 때문이 아닐까 싶다. 포스코도 살아야 하고 포항시와 시민도 살아야 한다. 포항시와 시민, 포항시가 살 길은 분명하다. 분열되고 갈라진 포항이 아니라 하나가 된 포항의 모습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포항시와 시민이 진솔한 모습으로 포스코에 다가가고, 포스코는 시민과 함께 고민하며 다가오는 공존동생(共存同生)의 길을 찾아야 한다. 그 과정에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돼야함은 당연한 일이다. 그 이유는 바로 포항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며, 포항시와 글로벌기업 포스코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환율, 금리, 물가 등 3高 영향 본격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일부 대그룹이 위기대응 긴급 대책을 수립하고, 비상경영체제를 통해 이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포스코그룹도 지난해 말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지주사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포항 시민은 포스코그룹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포항 시민과의 오해와 갈등은 지금까지 해소되지 않고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철강도시와 해양관광도시의 이미지로 변화하려는 포항 곳곳에는 지금 붉은 바탕에 노란색 글씨의 현수막들이 어지럽고, 흉물스럽게 걸려있다. 포항시민과 자생단체들이 포스코를 성토하기 위해 내건 현수막들이다. 포항시민과 단체들은 협의에 조속한 진전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고 포스코는 포스코 대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상호간 신뢰를 회복하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그리고 더 이상 포스코에 대한 시민들의 과격한 시위나 행동은 50여 년 이상 다져온 상생을 저해할 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감정의 골만 더 깊어질 뿐이다. 포항시와 포항시민, 포스코가 사는 길은 더 이상 대립하기 보다는 상호신뢰를 회복하고 중심을 잡는 것이 급선무라고 본다.포항시민과 단체, 포스코는 서로의 입장만을 내세워 평행선을 달리듯 해서는 사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가슴을 열고 진정성 있는 만남을 가져야 하며, 포항시도 보고만 있지 말고 적극 사태해결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포스코는 당초 합의사항을 이행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시민과 단체도 인내심을 가지고 포스코와 끊임없이 대화하며 소통해야 한다. 포스코 지주사(포스코 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이전의 전제조건에는 주주 설득이라는 부분이 있는 만큼 서로 감정만 내세워서는 해결이 더뎌질 뿐이다. 자칫 조급함만 앞세워 서로의 입장만 고집하면 포항시민과 단체, 포스코가 모두 피해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포항시와 포항시민, 포스코의 생존은 결코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톱니바퀴처럼 하나가 되어야 한다. 포항은 54년간 포스코와 상생을 하며 지내왔다. 포스코와 포항시민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일심동체의 관계다. 포스코 근로자도 포항시민이다. 이번 일로 극한 말과 행동, 법적조치로 상대에게 깊은 상처를 주면 안 된다. 아울러 지역 정치인들은 민감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눈치 보며 사태추이를 관망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포항시민 전체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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