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과ㄴ이 모여 ㄷ의 안부를 얘기한다ㄱ과ㄴ과 ㄷ이 모여 ㄹ의 안부를 얘기한다ㄱ과ㄴ과 ㄷ과 ㄹ이 모여 ㅁ의 안부를 얘기한다(눈치챘겠지만, 안부란 우아한 표현이다)ㄱ과ㄴ과 ㄷ과 ㄹ과 ㅁ과 ㅇ이 모여 ㅈ의 안부를 얘기하다셋씩 갈라져 ㅊ과 ㅋ의 안부를 얘기하다화제를 바꿔 ㅌ과 ㅍ과 ㅎ의 안부를 얘기하다흩어진다서로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는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눈치챘겠지만, 안부란 우아한 표현이다)’ 시인의 절제된 표현이 ‘오늘의 개더링’이다개더링(gathering)이란 ‘모임’을 말한다.사람들은 모이면 그 자리에 없는 사람들을 이야기 한다. 눈치챘겠지만 좋은 이야기만 할까. 분명 아니다. 칭찬은 더더욱 아니다. 사람들을 자극할 만한 소재거리 찾는데 비상한 재주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곳에서 ‘ㄱ’ 즉 갑이다. 그곳에서 갑이 되기 위해 점점 강도 높은 ‘안부’를 말한다. 끝까지 자리를 뜨지 못하는 이유가 생긴다. 그 곳에서 나가는 동시에 자신이 먹잇감이 된다는 것을 경험상 다 알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한때 사람들에 대한 염증이 생겨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만나면 즐거운 사람이 되는 일. 그저 우스갯소리, 유쾌한 언행, 충분히 따뜻한 많은 이야기들…이 산재해 있는데 말이다. 동질감이 느껴지는 책이야기도 있고 영화 이야기면 더욱 좋고 아무 말 없이 먼 경치를 바라보는 것은 더…더욱 좋은데, 그런 사람이 참 귀하다. 긴장의 단추를 두 개쯤은 풀어 놓아도 좋을 사람, 내가 재잘거리듯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빙긋이 웃어줄 수 있는 사람, 함께 있으면 그저 마음이 놓이는 사람…이 어디메 있을 것만 같아 두리번거려지는 날이다. 가을 탓인가. <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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