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최영열기자]최근 기존에 살던 집을 전세로 내놓은 집주인 A씨는 세입자가 입주한 후 며칠에 걸쳐 연락을 받았습니다. 집을 계약할 땐 분명 `집이 깨끗하니 도배만 본인이 하고 들어오겠다`고 했던 세입자가 갑자기 수전이나 형광등 교체 등 세세한 것들까지 요구해 어디까지 수리를 해줘야 하나 걱정이 커졌습니다.20년 된 구축 아파트에 전세를 들어온 B씨는 오래 살아도 된다는 집주인의 말에 허락을 받고 직접 도배부터 장판, 필름 시공, 조명까지 전부 바꿨습니다. 그런데 계약 만기를 앞두고 갑자기 집주인이 본인이 들어와 살겠다며 집을 확인하더니 `처음처럼 원상태로 복구해놓으라`고 말해, 어디까지 복구하라는 것인지 난감한 상황에 처했습니다.월세나 전세 등 계약을 맺은 뒤 임대차 기간 동안 집에 발생한 수리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는 임대인, 임차인 분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임대인과 임차인의 수리 의무 관련 기본적인 내용은 민법에 명시돼 있는데요. 민법상 규정을 미리 알아두면 억울한 수리비용 부담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집수리와 관련한 법률은 ▲민법 제623조 `임대인의 의무` ▲민법 제634조 `임차인의 통지의무` ▲민법 제374조 `특정물 인도 채무자의 선관의무` ▲민법 제615조 `차주의 원상 회복 의무와 철거권` ▲민법 제309조 `전세권자의 유지, 수선의무` 등이 있습니다.먼저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 존속 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균열, 누수, 노후 등으로 인해 벽, 변기, 세면대, 싱크대, 옵션에 포함된 가전 등 집수리가 필요해진 경우에는 임대인이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맞습니다.단 민법 제634조는 임차인의 통지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임차물의 수리가 필요하거나 임차물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는 자가 있는 때에 임차인은 지체 없이 임대인에게 이를 통지해야 한다. 그러나 임대인이 이미 알았다면 그러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는데요. 만약 임차인이 발견한 하자를 통지하지 않아 임대인이 알지 못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임대인에게 물 수 없을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그럼 임차인이 수리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는 언제일까요? 민법 제309조는 `전세권자는 목적물의 현상을 유지하고 그 통상의 관리에 속한 수선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아울러 민법 제615조는 `차주가 차용물을 반환할 때는 이를 원상에 회복해야 한다. 이에 부속시킨 물건은 철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 민법 제374조는 `특정물의 인도가 채권의 목적인 때에는 채무자는 그 물건을 인도하기까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보존해야 한다`고 돼 있죠.이에 따르면 임차인의 관리소홀, 파손, 고의로 인한 수리나 시설물에 변화를 주는 셀프 인테리어 등은 반환 시 임차인이 원상회복해야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또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해당 부분을 수리하지 않으면 임차인이 그 주택을 정해진 목적에 따라 사용할 수 없게 될 정도의 부분에 대해서만 임대인이 수선 의무를 가진다`거나 `별 비용을 들이지 않고 쉽게 고칠 수 있는 사소한 것은 임차인에게 수선의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고 있는데요. 즉 전구나 방충망 등 비용이 적은 소모품 교체는 임차인이 수선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거죠.다만 임차인이 부담할 수 있는 `사소한 비용`이 어느 정도까지인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기 때문에 집수리 문제로 임대인과 임차인이 소송전에 돌입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이러한 민법이나 대법원 판례는 큰 범위의 기준만 정해줬을 뿐, 사안에 따라 임대인과 임차인의 책임소재는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법률 전문가와 상담을 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