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름이 되면 오래전에 맞추었던 모시 재킷 대신에 꼭 챙겨서 다니는 것이 있다. 추위를 막기 위한 겉옷인 윗도리이다.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추운 장소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분명히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될 쾌적한 기온인 24℃ 전후이거나 더 낮은 기온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여름철이란 관념으로 창문이란 창문은 모두 꽁꽁 닫은 채 에어컨을 최저온도(18℃)에 맞추어 빵빵하게 틀어서 냉장실을 만들어 놓고 있는 곳을 많이 볼 수 있다. 창문을 열어두기만 해도 시원한 바깥 공기가 실내로 들어와 오히려 더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음에도 말이다. 가끔은 연수 장소에 갇혀서 온종일 연수를 받을 때가 있다. 그러할 때면 차가운 에어컨 공기가 싫은 나로서는 에어컨 조절기를 조정하여 온도를 26℃에 맞추어 놓기도 한다. 하지만 그 누군가가 또다시 최저온도로 설정을 해두는 것을 본다. 그 와중에는 미처 겉옷을 준비하지 못하여 연수내용에 집중하지 못할 정도의 추위를 느낀 나머지 온종일 떨면서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는 개도 걸리지 않는다는 여름철 감기에 걸려서 돌아가는 이도 있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추위를 싫어하는 지인 중에는 겉옷과 얇은 무릎담요를 가지고 다니는 것은 물론 심지어는 핫팩까지도 챙겨서 다니는 것을 볼 때면 웃지 못할 시대가 된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날씨가 더워서 에어컨을 트는 것에 대하여 뭐라고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지나치게 에어컨을 트는 것은 생각해 볼 일이다. 에어컨 사용의 편리함도 있겠지만 과다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도 물론 있기 때문이다. 일반 가정에서는 잠깐의 시원함 뒤에 폭탄으로 되돌아오는 전기요금이 무서워 에어컨을 제대로 틀지 못하고 더운 여름을 지내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가게에 가보면 문이 열려 있는 채로 에어컨이 빵빵하게 돌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문을 닫으면 영업을 하지 않는 줄 알고 손님들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매출을 올리려면 어쩔 수 없다고 하는 가게 주인의 말을 듣고 보면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지나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접을 수가 없다. 또한 공공기관 같은 곳을 가보면 역시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 놓은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정부 지침은 28℃로 정해져 있지만 이를 지키는 곳은 잘 없는 듯하다. 이처럼 우리나라 곳곳에서 에어컨을 과도하게 틀어서 전력을 낭비하는 원인이 무엇일까? 조금만 생각해보면 누구나 알 수 있으리라고 본다. 내 돈으로, 내가 낸 세금으로, 내 마음대로 에어컨을 켠다고 말한다면 특별히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매년 전력 수급이 최대치가 되는 여름이면 블랙아웃이 되지 않도록 관계기관들이 전력 수급 상황을 점검하며 살얼음판을 걷는다는 뉴스를 접한 국민 또한 덩달아 가슴 졸이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볼 때면 과도한 에어컨 사용은 생각해보아야 할 일이다. 얼마 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산 가스의 공급 중단 위기에 맞닥뜨린 유럽 국가들이 에어컨을 가동하면서 문을 열어둔 채 가게를 운영하는 곳은 단속한다는 소식을 TV를 통해서 접한 적이 있다. 이와 같지는 않더라도 공공기관에서부터라도 적정 기준 온도인 28℃를 지켜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준다면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에너지 절약과 동시에 에어컨의 과다한 사용으로 인하여 피해를 보는 이들에게도 주위를 돌아보아 주는 배려심으로 다가올 것이다. 체온이 1도 낮아지면 인체 면역력이 30% 떨어지고 체온이 1도 올라가면 면역력이 무려 5배(500%)나 올라간다고 하니 에어컨 사용을 조금만 줄인다면 면역력까지 높일 수 있어 일거양득 그 이상의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모기 입도 삐뚤어진다는 처서도 지났다. 그러함에도 에어컨은 여전히 곳곳에서 빵빵하게 돌아갈 것이다. 에어컨을 켜고 끄고는 본인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이지만, 오히려 여름이 추운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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