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최영열기자]홍준표 대구시장이 최근 대구시민의 안정적 식수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구취수원 이전 정책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은 채 지역 간 혼란만 초래하고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나왔다. 게다가 홍 시장의 독단적 업무추진으로 같은 권역, 같은 생활권인 대구경북이 지방소멸과 인구감소에 대응하고 대구경북 역점사업의 원활한 추진 및 더 많은 권한과 예산 확보할 목적으로 행정통합까지 논의되던 터라 이번 취수원 관련 갈등은 큰 파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홍 시장의 이전에 체결된 `맑은 물 나눔과 상생 발전에 관한 협정` 파기로 대구취수원이 안동댐으로 이전될 시 대구취수원 이전 문제는 구미만이 아닌 안동과 예천, 의성, 상주, 구미, 칠곡 등 도내 낙동강 유역 시군 전체 문제로 확대될 수밖에 없게 됐다. 매일 60만톤의 안동댐 물이 향후 신설될 도수관로를 따라 대구시로 직접 공급될 시 낙동강 수계는 유지용수 부족 사태를 맞을 수밖에 없다. 동일한 오염원의 유입에 비해 상류로부터 유지용수 감소가 일어날 시 각 시군을 지나는 낙동강의 오염 농도 또한 올라갈 수밖에 없게 된다. 게다가 비가 오지 않는 갈수기(渴水期)가 길어질 시 식수는 물론 농업용수·공업용수 부족사태가 발생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지역민들의 반발 또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밖에 없다. 지구온난화로 기상이변이 일상화된 지금 이러한 환경문제는 더 큰 골칫거리로 작용할 수도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홍 시장이 대구 취수원 문제 원인을 구미국가산단의 폐수 배출에 있다고 보고 구미시에 ‘폐수무방류시스템’ 도입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철저하게 무방류시스템 등 공해방지 시설을 갖추지 않으면 공장가동을 못하게 할 것이며, 결국 퇴출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시설 개선 없는 기업엔 1차 경고하고 계속해서 문제 발생 시 대대적 불매운동까지 전개하는 등 지속적인 감시·감독을 철저히 할 것이라고까지 선언했다. 그러나 대구시의 이러한 규제는 대구를 거쳐 경남~부산(합천 창녕 의령 함안 창원 밀양 김해 양산 부산)을 잇는 낙동강 수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낙동강 수계에 위치한 지자체들은 응당히 대구시가 구미시를 규제하려하듯 동일한 규제를 대구시에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연출될 시 낙동강 수계 전체가 물 전쟁터가 되고 말 것이다. 대구시장의 일방적인 오염원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낙동강 수계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게 될까 염려가 된다는 지적이다.지난 2018년 환경부가 낙동강 수질 개선 방안으로 구미공단에 설치를 추진하던 폐수무방류시스템은 연구용역 결과 (구미시의 의사와 관계없이) 환경부에 의해 취소된 정책이다.
환경부 용역 결과 무방류시스템보다는 ‘폐수고도화시설’을 설치해 운영하는 것이 전문가나 낙동강 수계 광역지자체장 모두에게 설치비나 운영비, 결과 면에서 더 효율적이란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구미시는 환경부 법령 및 지침에 따른 각 공단별 하수처리장 운영과 관리는 물론 별도로 수질오염사고를 대비한 완충저류시설을 각 공단별로 설치해 오염원의 낙동강 유입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대구시 역시 ‘폐수무방류시스템’이 설치돼 있지 않다. 이런 결과가 이미 나와 있음에도 홍 시장이 구미시에 무방류시스템을 강요하는 까닭은 ‘단순히 환경 시설에 대한 이해 부족’이 아니라면 ‘정치적 의도에 따른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구미시에는 5개 공단이 있는 반면 대구시에는 18개 공단이 현재 가동 중에 있으며, 산업폐수 발생 업체 수 만해도 대구(1321개)는 구미(362개)보다 4배가 넘는다. 특정수질유해물질 배출업소 수 역시 대구시 417개사, 구미시 111개사로 대구시가 3.7배나 월등히 더 많다. BOD(유기물질 부하량)의 발생량도 대구시가 구미시에 비해 3배 가까이 높은 상태임을 보여주고 있다. 한 때 큰 논란을 빚은 환경호르몬의 종류인 과불화화합물(과불화옥탄산) 또한 대구 성서산단폐수처리장(4.8)의 결과가 구미4단지 하수처리장(0.016)보다 300배 높게 검출됐다. 이런 결과들을 안고 대구공단 설립 이후 지금껏 참고 감내해왔던 부산시 등 낙동강 하류 지자체와 농민, 기업, 주민들 역시 동일한 잣대로 대구시에 폐수처리시설 기준 강화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대구시가 정한 기준과 원칙이기에 대구시 또한 반대할 명분을 잃게 된다. △ 홍 시장의 대구취수원 안동댐 이전 정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9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기를 기념해 대구를 찾은 한나라당 박희태 당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가 있는 회의석상에서 김범일 대구시장이 취수원 문제를 제기하자, 홍 원내대표가 안동댐 취수를 제안하며 물 문제 해결을 약속했다. 그러나 대구취수원 안동댐 이전 발표 직후 환경단체의 반대와 안동 지역사회의 여론이 악화, 도수로 공사의 어려움 등이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치자 홍 원내대표는 대구시청 기자회견을 통해 이전 계획 변경을 선언하고, 새롭게 구미 선산을 취수원으로 공식 선언하게 된다. 2010년 7월 대구취수원 구미 이전을 위해 국토부가 예비타당성 조사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했다는 소문이 돌자 구미시 도개면을 시작으로 취수원 이전 반대추진위위회가 결성됐고 이후 주변 읍면을 중심으로 반추위 구성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러한 논란 가운데 2011년 8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32억원을 들여 실시한 ‘예비타당성조사 용역’ 결과, 대구취수원 구미 이전 정책이 ‘경제성 없음’으로 결론이 나왔다. 홍 원내대표의 제안은 예산 낭비로 일단락되고 만 것이다.이러한 안을 2022년 홍준표 대구시장 후보가 시장 선거공약으로 또다시 제기하고, 시장 취임 한 달 만에 현안으로 부각시켜 해결에 나선 것이다. 지난 2014년 대구시장에 당선돼 제선까지 했던 권영진 전 시장 역시 취수원 문제 해결 방안의 하나로 안동댐 취수를 검토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양한 문제들로 권 시장 역시 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퇴임 2개월여를 앞두고 권영진 시장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결단을 내린 것은 구미 해평을 취수원으로 하는 대구취수원 이전 방안이었다. 이날 협정은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환경부장관과 국무조정실장, 수자원공사 사장 등 6개 단체장들이 함께 ‘맑은 물 나눔과 상생발전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그러나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6·1지방선거 운동기간 내내 안동댐 물을 취수원으로 끌어 오려는 ‘맑은 물 하이웨이’ 공약 천명과 함께 권영진 시장이 체결한 ‘맑은 물 나눔과 상생발전에 관한 협정’ 재검토를 지시했다. 시장 직무 수행 한 달 반만인 지난 8월 17일 대구시는 대구취수원의 안동댐 이전을 선언하고 ‘맑은 물 나눔과 상생발전에 관한 협정’의 공식 폐기를 선언했다. △대구취수원을 안동댐으로 변경할 시 발생되는 문제점낙동강 상류에 해당하는 봉화군에는 안동댐 건설 이전부터 아연을 생산하는 영풍석포제련소가 건설돼 현재까지 운영을 계속해 오고 있다. 아연 제련과정에서 나오는 카드륨과 황산 증기 때문에 제련소 주변 오염은 현재 심각한 상황이며 중금속 중독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곳을 거쳐 흘러간 물들이 모여든 곳이 안동댐이다. 환경부는 지난 2015년 한 해 동안 하천 174곳과 호수(늪) 84곳 등 258곳의 퇴적물을 채취해 중금속과 유기물 오염 정도를 분석한 결과, 모두 16곳을 적발했다. 호수 중에서는 상수원인 안동댐(안동호)의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안동댐 측정 지점 3곳 모두에서 카드뮴의 농도가 6.09mg/kg 이상으로 나타나 `매우 나쁨`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우 나쁨`은 국립환경과학원 예규 상 `심각하고 명백한 오염을 뜻하며, 중장기적으로 배출시설 및 공공수역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이러한 상태에 놓인 안동댐을 살리려면 오염원인 석포제련소 이전과 중금속이 축척된 안동댐 퇴적층의 준설, 이후 방류를 통한 정화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상태로 안동댐 물을 매일 60만톤씩 대구취수장으로 공급 시 중금속의 유입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동댐이 이러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11일 홍준표 대구시장과 권기창 안동시장은 대구취수원 안동댐 이전 협의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 지자체장의 약속이 효력 없음은 모든 댐의 물관리권은 지자체장이 아니라 수자원공사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두 지자체장의 통 큰 결단(?)에 주변의 시선이 고은 것만은 아니다. 임기 시작 한달만에 수십년간 변경하기도 어려우며, 수많은 지역민의 재산권 행사가 달린 문제를 조급하게 결정한 것은 졸속 처리라는 비판과 함께 단지 치적 쌓기용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도 제기되고 있다. 안동댐 인근에 위치한 임하댐 역시 취수원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때가 있다. 댐 주변 토양이 진흙보다 고운 흙 성분으로 이뤄져, 큰 비가 내릴 경우 수개월 동안이나 임하댐의 물색이 황토 빛을 띠는 경우가 간혹 발생하기 때문이다. 음용에는 문제없다고 하나 정수 비용이 막대하게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된다. △대구취수원 안동 이전에 대한 반발안동댐을 대구취수원으로 활용하겠다는 홍 시장의 계획에 안동시장이 동의 했지만 시민들의 반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안동시민들은 임하댐을 상수원으로 사용하기에 안동댐 물의 대구시 공급을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다. 다만 안동댐 하류에 조성된 박물관과 민속마을, 월령교 등 관광자원과 연계해 안동댐 주변 개발을 염원하고 있던 수많은 지역민들에겐 실망스런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안동댐이 대구상수원으로 개발된다면 관광자원화로 인한 큰 개발 이득은 고사하고 각종 토지 이용 규제와 제한이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댐 건설로 인한 재산권 행사 제한 등 각종 피해를 입어오던 지역민들에게 반발의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구미시의회도 홍준표 대구시장의 최근 대구취수원 이전과 관련된 행보에 대해 비판에 나섰다. 의회는 홍 시장이 언론과 본인 SNS를 통해 구미공단 폐수무방류시스템 전환, 폐수배출 기업 퇴출과 기업의 구미공단 신규 입점 규제 등을 표명하며 취수원 이전 협정 파기 책임을 구미시에게 돌리는 등 연일 41만 구미시민을 겁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같은 일련의 언행은 대구를 대표하는 시장으로서의 품위를 내던지는 것이며 대구시장이 취하겠다는 후속 조치 역시 대구시장의 권한을 넘어서는 치졸한 방법임을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알고 있다고 성토했다따라서 대구경북이 오랜 기간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해 온 관계이므로 지방소멸의 위기 시대 갈등 조장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정상적인 물 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대구와 안동지역 환경단체도 안동댐과 임하댐 물은 발암 중금속으로 오염돼 식수원으로 부적합하다는 뜻을 밝히며 대구취수원 안동댐 이전을 반대하고 나섰다.대구환경운동연합과 안동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19일 성명서를 통해 홍준표 시장의 공약인 `맑은물 하이웨이` 사업은 낙동강 최상류에 위치한 영풍석포제련소로부터 지난 반세기 동안 흘러나온 발암성 중금속들이 쌓여 있는 안동댐 물을 끌어오는 것으로 완전 무지에서 나온 위험천만한 도박이라고 비판했다.따라서 "이런 물을 대구로 공급하겠다는 무책임하고 무지한 발언은 그만하고, 홍준표 대구시장과 권기창 안동시장은 우선 실태 파악부터 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도내 물 전문가로 알려진 A씨는 “물은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도하지만 그 보다도 생존의 필수 요건이 된다. 라인강을 두고서 독일과 프랑스, 오스트리아, 네델란드가 용수 사용량과 수질오염, 개발에 따른 홍수위험성 증가 등을 두고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나일강은 이집트의 아스완댐 건설로 주변 9개국이 반발하고 있으며, 메콩강 개발을 두고서 중국 등 6개국의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며, “물 문제는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구시장과 안동시장의 이번 결정은 취임 한달 만에 이뤄진 졸속 결정으로 실현 가능성은 낮을 수밖에 없다. 낙동강 수계 지자체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