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풀에 바람이 찾아오면 그 바람 타고 그 바람 보다 먼저그 바람 안고 누워보라살랑이는 바람에 덩달아 설레여도 보고순응으로 누운 풀잎처럼 허망한 욕심 놓아그 바람의 물살에 흠뻑 젖어도 보라 단 한 번 / 그 앞에 잠시잠깐 내맡긴들 뿌리까지 흔들릴까 삶 앞에 지친 영혼아강하면 부러지기 밖에 더 할까 때론 적당함의 중용과 타협의 현명함으로 진정 자유롭길지나온 날 되짚어 보니결국 거기서 거기지 않은가거침없는 바람으로 달려도 보고 풀처럼 유연히 흔들려도 보자한 번 쯤자유로운 영혼으로흘러가도 좋으리 한 번쯤 나를 놓아들풀처럼 흔들려도 좋으리.<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바람이 분다. 상주 덕암산(황금산) 정상 활공장에 바람이 분다. 그 바람을 타고 사람이 난다. 먼 곳까지 날아 가버린 사람들이 새처럼 보인다. 새들의 활강(滑降)을 무심히 본다. 바람이 분다. 들풀이 눕는다. 들풀처럼 나도 눕는다. 솔체꽃 옆에 누우며 바람으로 나를 덮는다. ‘걸치지도 잡히지도 않고 자유로이 길을 내는 바람’에게 몸을 맡긴다. 바람이고 싶고 들풀이고 싶을 때 산을 오른다. ‘거침없는 바람으로 달려도 보고 풀처럼 유연히 흔들려도’보는 자유로움이라니…저 아래 강 풍경을 손바닥 안으로 다 담을 수 있는 이 부유함이라니… <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