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쇄신 격랑`의 한복판에 섰다.
한나라당은 1일 오전 홍준표 대표 주재로 최고위원회의를 개최, 당의 환골탈태를 이끌어내기 위한 쇄신안 모색에 착수했다. 난상토론을 예고라도 하듯 회의 전과정이 비공개로 이뤄졌다.
현재 예산국회에서의 당력 결집을 감안, 정책ㆍ당 이미지 전환을 위한 1단계 쇄신에 이어 예산국회 이후 공천ㆍ인적 쇄신에 초점을 맞춘 2단계 쇄신이 진행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하지만 당내 `공천 물갈이론` 등이 공공연하게 당내에서 거론되고 있어 인적 쇄신 문제가 조기에 불붙을 수도 있다. 여기에 당청관계 재설정과 야권통합에 맞선 여권통합도 풀어야 할 난제로 꼽힌다.
◇물갈이 기준 = `공정한 공천`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계파간 극한 대립을 부른 18대 총선 공천의 악몽이 남아있는 데다 공천을 비롯한 인적 개편이 쇄신의 요체로 꼽히기 때문이다.
홍준표 대표는 1일 "누구도 관여할 수 없게 엄중하고 공정하게 공천을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내 최대주주로 꼽히는 박근혜 전 대표 역시 `특정인에 의해 공천이 좌지우지돼서는 안된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데다, 다른 최고위원들도 공정한 공천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공천 기준과 방식을 놓고서는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 당장 영남ㆍ강남 50% 물갈이론, 노령 의원 자진 불출마론이 제기되는 등 당내 백가쟁명식 물갈이 논쟁이 한창이다.
영남ㆍ강남 등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과 고령ㆍ다선 의원에 초점을 맞춰 물갈이가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과 지역ㆍ선수(選數)에 구애받지 않는 객관적 평가기준에 따른 물갈이론 등이 맞선 상태다.
홍 대표로서는 기본적으로 당헌당규에 따른 공천 절차를 준수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현 공천시스템 하에서 운용의 묘를 살려 누구나 납득하는 공천을 진행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홍 대표가 `파격적인 인적 쇄신안을 준비 중`이라는 말도 나온다.
홍 대표는 ▲현역의원 공천 재심사 ▲법조계 인사 공천 대폭 축소 ▲나이ㆍ선수와 상관없는 이기는 공천 등을 간헐적으로 언급해 왔다는 점에서 이 같은 조건들이 공천 원칙에 반영될지 주목된다.
하지만 일부 최고위원들은 `지도부-공천권 분리론`을 주장, 홍 대표와의 갈등도 예상된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공천 방식ㆍ절차만을 정하는 공심위를 구성하고, 이후 완전국민경선제나 전문가 패널 심사 후 배심원 투표를 거치는 `나가수(나는 가수다)`식 선발 방식을 제시했다.
원 최고위원은 "전략공천의 경우 전략공천심사위를 별도로 구성해 제3자의 손, 국민의 눈높이에 맡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물갈이 폭 = 물갈이 기준 못지않게 그 폭도 관심이다.
여권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문수 경기지사는 "서울 강남과 영남지역에서 50% 이상 물갈이를 해야 한다"고 밝혔고, 정몽준 전 대표는 "4년에 한 번 하는 인사이므로 가능한 한 많이 바뀌는 게 좋다"고 언급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영남권 다선ㆍ고령 의원들이 `물갈이론`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영남권 중진 의원들을 격한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현재 한나라당 4선 이상 중진의원 17명 중 10명이 영남권에 포진해 있다.
일각에서는 17대 총선 공천 당시 이뤄진 중진 의원들의 자진 포기가 선행돼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중진 의원 26명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 공천 개혁의 앞길을 텄다.
대구 출신 4선인 박종근 의원은 전날 최고중진회의에서 "어떻게 물갈이를 한다는 객관적 방법도, 제시도 없이 무작정 영남권 50% 인물을 교체하자는 폭언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부산 출신 초선인 현기환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 "영남권ㆍ수도권 모두 쇄신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면서 "50%가 아니라 필요하다면 100%도 해야 하지만, 미리 물갈이 규모를 정해놓고 하는 것은 쇄신 준비가 안돼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한나라당의 `새피 수혈`도 관심이다.
돌아선 2040세대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이미지 쇄신을 위해서는 젊은층을 타깃으로 적극적인 신진세력 영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한 최고위원은 "새피 수혈이 필요하지만, 어떤 세력이든 `리스트`를 만들어 공천 과정에 전달하는 방식은 안된다"고 밝혔다.
◇당청관계 재정립 = 내년 총선에서 당이 살기 위해서는 당과 청와대와의 관계를 확실하게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나오고 있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회의 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MB(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와의 관계를 제대로 하는 부분을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 최고위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제는 당청관계에서 확실히 선을 그어야 할 때가 됐다"면서 "차별화를 확실히 해야 한다는 의미며, 이는 재집권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차별화에는 정책적 차별화 외에 정치적 차별화도 포함되는 거 아니냐"면서 "이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지는 않겠지만, 청와대와 확실히 각을 세우고 비판할 것은 강하게 비판하고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복지나 경제기조 등과 관련한 정책 차별화가 주를 이뤘지만, 향후 정치적 사안을 놓고 이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한 당내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남경필 최고위원도 회의 직전 기자들과 만나 "당과 지도부가 먼저 반성문을 써야 한다. 그래야 해법이 나온다"면서 "우리가 먼저 반성문을 쓰고 청와대와 대통령도 같이 가면 좋다"고 말했다.
◇계파해체ㆍ노선변경ㆍ여권통합 = 공천 물갈이와 연계해 계파해체 주장도 관심 대상이다.
유 최고위원은 기자들에게 "계파해체도 지금까지 몇 차례 얘기가 됐지만, 공천을 앞두고 이뤄지는 계파해체는 다른 의미가 있다"면서 계파해체를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한 최고위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직도 계파가 해체됐다고 보지 않고, 공천을 앞두고 계파가 언제든지 잠복했다가 부활할 수 있는 만큼 계파가 해체돼 돌이킬 수 없을 나름의 방안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최고위원은 비공개회의에서 "국민이 계파간 싸우는 것을 제일 보기 싫어하지만 실제로는 계파없이 정치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이를 어떻게 실질적으로 해결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공감했다.
당 노선변경과 보수세력 통합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회의 직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큰 틀, 큰 정치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한나라당 그릇으로는 안되니, 중도통합신당 창당이나 재창당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유 최고위원도 "당이 자꾸 중도니 보수니 이런 말을 쓰는데 이런 말도 이제는 쓸 필요가 없는 거 같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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