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서 횟집을 운영하던 A씨는 부인과 이혼하고 1997년 B씨를 만나 동거했다.
이듬해 B씨와 재혼한 A씨는 첫째 부인과 이혼하면서 갖게 된 아파트를 B씨 명의로 등기했다.
횟집 일대가 재개발되자 모텔사업에 뛰어든 A씨는 부지를 매입해 모텔 두 동을 건축했다. A씨는 부지와 모텔 건물도 B씨 명의로 등기해 함께 운영했다.
단란했던 결혼생활은 10년만에 A씨가 아내 B씨를 살해하면서 끝이 났다. A씨는 살인죄로 징역 7년을 받고 수감됐다.
B씨가 죽자 아파트와 모텔은 B씨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C씨에게 넘어갔다.
B씨의 사망 당시 유족으로는 남편인 A씨와 아들인 C씨가 있었지만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배우자 등을 살해한 자는 상속인이 되지 못한다`는 민법 조항에 따라 C씨가 단독 상속했기 때문이다.
수감 중이던 A씨는 "아파트와 모텔은 부인에게 명의신탁한 것으로 부인이 사망한 만큼 다시 소유권을 돌려받아야 한다"며 C씨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부부사이였던 A씨와 B씨 간 명의신탁이 유효한지, 유효하다면 배우자 B씨가 사망한 경우 단독 상속인인 C씨에게 약정이 그대로 승계되는지 여부였다.
1심은 `배우자 명의로 부동산을 등기한 경우로서 조세포탈, 강제집행 면탈 또는 법령상 제한의 회피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 명의신탁약정은 무효하지 않다`는 부동산실명법 8조2호를 전제로 A씨와 B씨 간 명의신탁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B씨로부터 수탁자 지위를 승계한 C씨와 A씨의 명의신탁 약정도 여전히 유효하지만 신탁자인 A씨가 약정의 해지를 원하므로 C씨는 A씨에게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2심도 A씨와 B씨 간 명의신탁 약정은 유효라고 인정했지만 B씨 사망 후 A씨와 C씨 간 명의신탁약정은 부동산실명법에 의해 무효가 되는 만큼 C씨가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은 부당이득이라고 판단했다.
1ㆍ2심 모두 C씨가 A씨에게 부동산을 돌려줘야 한다는 결과는 같지만 1심은 `신탁자가 해지를 원하기 때문에`, 2심은 `약정이 무효화됐기 때문에`라고 판시하면서 법리면에서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상고심은 1심 판결에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일 "부부 간 명의신탁이 일단 유효한 것으로 인정됐다면 그 후 배우자 일방의 사망으로 부부관계가 해소됐다 하더라도 그 약정은 사망한 배우자의 다른 상속인과의 관계에서도 여전히 유효하게 존속한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A씨와 C씨 간 명의신탁약정이 무효임을 전제로 부동산을 부당이득으로 보고 반환토록 한 원심 판결은 부부간 명의신탁약정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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