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산남로 어떤 종족은 아직도,
땅이나 집을 사고팔 때문서를 주고받지 않는다.도장 찍고 카피하고 공증을 받은 문서보다사람들 사이 약속을 더 믿는다.돌궐족이 내뱉는 말은하늘도 듣고 땅도 듣고 새도 듣는다.낙타 풀도 지나가는 바람도 다 듣고 있다.글자는 종이 위에 적히지만말은 영혼 속에 깊숙이 새겨진다.바위에다 매달아 수장시켜버릴 수도불에다 태워 죽일 수도 없는 말.<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이럴 수만 있다면…이렇게 말로만 하는 ‘약속’에 무게가 있다면…‘약속’이 문서나 서류보다 더 가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그 말의 진실성 여부를 따지고 확인하고 잡아 묶는 ‘글자’가 아니더라도 ‘말’을 들으려 는 ‘귀’를 믿고 그 의미를 서로의 눈빛으로 확인받는 세상에 살 수만 있다면…다툼이 없었을까. 또 다른 방법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갈등이나 분쟁의 요소의 원인을 막으려는 필사적인 노력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다툼을 만들지 않으려고 어쩌면 더 기억력을 발달시키지 않았을까. 들을 귀를 더 섬세하게 하고, 사람의 진실을 알아내는 눈빛을 더 예리하게 다듬었을 것이고. 인간의 마음을 읽으려는 독심술에 더 많은 공부를 했을 것이다. 인간의 능력을 최대치로 더 연마시키기 위한 노력을 했을 것이다. 서로의 마음을 읽고 있어 거짓으로 마음을 꾸며본들 이미 다 알고 있으니 거짓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거짓으로 꾸며대는 일이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다.‘하늘도 듣고 땅도 듣고 새도 듣는다. 낙타 풀도 지나가는 바람도 다 듣고 있다’ 고 믿는 마음이 곧 자신을 투명하게 맑히는 일이 아니고 무엇이랴.‘글자는 종이 위에 적히지만 말은 영혼 속에 깊숙이 새겨진다.’는 말! 이 말을 헌법보다 더 상위개념으로 통영 되는 세상이 왔으면 하는 마음이 왜 이리 간절해지는지…… <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