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떨어지는 저녁이 와서내 몸속에 악기가 있음을 비로소 깨닫는다그간 소리 내지 않았던 몇 개의 악기현악기의 줄을 고르는 동안길은 더 저물고 등불은 깊어진다나 오랫동안 먼 길 걸어왔음으로길은 등 뒤에서 고단한 몸을 눕힌다삶의 길이 서로 저마다 달라서네거리는 저 혼자 신호등 불빛을 바꾼다오늘밤 이곳이면 적당하다이 거리에 자리를 펴리라나뭇잎 떨어지고 해지는 저녁내 몸속의 악기를 모두 꺼내어 연주하리라어둠 속의 비애여아픔과 절망의 한 시절이여나를 위해 내가 부르고 싶은 나의 노래바람처럼 멀리 띄워 보내리라사랑과 안식과 희망의 한때나그네의 한철 시름도 담아보리라저녁이 와서 길은 빨리 저물어 가는데그 동안 이생에서 뛰놀았던 생의 환희내 마음속에 내린 낙엽 한 장도오늘밤 악기 위에 얹어서 노래하리라<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버스킹 busking’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거리에서 여는 공연.’ 즉 ‘길거리 라이브’를 말한다. 인상 깊었던 버스킹을 유튜브에서 본 적이 있었다. 오페라가수가 꿈이었던 마틴이 거리 음악가로 나서면서 부른 ‘You raise me up’이 그것이다. 중년의 그가 길거리에서 경건하리만치 진지한 표정으로 그러나 편안한 음성으로 노래를 부른다. 그의 노래는 길거리를 메아리쳤으며 전율을 일으키게 했다. 차츰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에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환희, 그리고 희망이 서린 표정들. 장소가 무슨 상관이람~ 길거리에서도 충분히 감동받을 수 있음을 느끼게 한 동영상이었다.시인 역시 ‘나뭇잎 떨어지고 해지는 저녁 내 몸속의 악기를 모두 꺼내어 연주하리라’고 마음먹는다. 그 노래란 ‘나를 위해 내가 부르고 싶은 나의 노래 바람처럼 멀리 띄워 보내리라’ 는 것. ‘생의 환희 내 마음속에 내린 낙엽 한 장도 오늘밤 악기 위에 얹어서 노래하리라’고 한다. 온 몸과 마음을 다해 부르는 나의 노래가 멀리멀리 퍼져 나가 누군가의 마음을 울릴 수 있다면,내 마음의 진실을 함께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있을까. ‘늦저녁의 버스킹’에 함께 동참해본다. <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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