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는 모험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 모양이야. 저건 거인이야. 정 그렇게 겁이나면 저 만큼 멀리 물러나서 지켜보고나 있으라구. 그러는 동안 난 저놈들과 여태껏 보지도 듣지도 못할 맹렬한 싸움을 벌일테니까.” 평원을 지나던 중 저 멀리 풍차가 여러개 나타나자 풍차를 거인들로 착각하고 달려든다. 산초가 아무리 말려도 그의 기행은 멈추지 않고 풍차 날개에 부딪혀 나둥그러지는 인물 ‘돈키호테’이다. 도탄에 빠진 세상을 구하고 부정과 비리를 바로잡고 가난하고 힘없는 백성들을 도와준다며 여정을 떠나는 사나이가 있었다. 바로 돈키호테이다.비록 400년 전 스페인의 세르반테스라는 작가가 쓴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이지만 그의 이야기는 오늘 날 여러 곳에서 회자가 되고 있다. 극 중에서 어느 신부가 돈키호테를 평가하길, “이 착한 양반이 순진하고 엉터리 말을해서 미친 것처럼 보이지만 또 다른 일을 말할 때는 논리정연하고 밝은 지혜를 가진 사람 같아요.” 소설이 발표된 이후 돈키호테는 과대망상과 어처구니 없는 소동을 일삼는 그저 충동적인 몽상가로 알려져 왔다. 한 편으로는 꿈과 이상을 위해 행동하는 불굴의 인간으로 받아들여진다. 돈키호테의 기행과 달리 그는 세상과 인간에 대한 깊은 지혜와 이해심이 그 기이한 행동 뒤에 숨어 있음을 해석한다.얼마 전 한 친구가 잔뜩 화가난 채 카페에 만나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모두 다 고등학교 친구들이고 이제 나이가 60이 넘어 그간 코로나로 만나지 못했던 회포를 풀기위해 갔다는 것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가 무르익다가 늦게 도착한 한 친구가 말썽이 되었나 보다. 골프장 대표를 하고 있는 그 친구가 일이 늦어 조금 늦었다고 인사하자, 주위의 친구들이 모두 일어나서 가운데 자리로 그 친구를 안내하였다. 그래서 내 친구는 늦게 왔는데 왜 가장 좋은 자리에 앉느냐고 반 농담으로 그 친구를 흘겨보았다는 것이다. 그러자 친구들이 하나같이 모두 그 친구를 역성들며 나무랐고 오히려 그 사장 친구는 미안해 하는 형국이었다.그 이상함은 계속적으로 이어졌다. 친구인데도, 물론 격을 차리는 것은 나쁠 건 없지만, 존대를 하며 이름 대신 직함을 부르며 술자리는 계속 이어졌다. 자칭 성격이 고약한 내 친구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 자리를 떠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재의 자신의 모습은 과거의 노력의 결과물인데, 친구에게 마저 푸대접을 받고, 혹 출세한 친구는 동기이면서도 깍듯하게 존대를 받는 모습이 슬프기도 혹은 심란하기도 했다며 역정을 내었다. 그래서 조용히 마음속에 드는 생각을 전하기 시작했다. “잘했다. 멋진 친구다. 자네같은 돈키호테도 있어야 된다.”예전 어떤 지인이 그렇게 말씀하셨다. 직장인이 무슨 인맥이 필요하나?고 퇴근 후 오붓하게 가족들과 저녁을 함께하는 가정도 팽개치고 사회활동을 하며 사람을 만나느냐고. 사업상 만남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혹 언제일지도 모르는 그 때를 대비해서 사람과의 인맥을 쌓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하느냐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면서 그 녀는 직장인 남성들은 알 수 없는 환상에 빠져 사는 것 같다며 그저 자상하고 따뜻한 가장으로서 책임지는 모습이 얼마나 멋진지 남성들 본인만 모르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그러고 보니, 또 어떤 사람이 생각이 나는데 굉장히 성격이 고약한 동료가 있었다. 이분이 살아온 경력이 결코 만만치 않는 경력으로 결국은 한국최고의 이공계 대학에서 훌륭한 일을 하며 자신의 역할을 마무리했다. 이분의 삶이 어땠는지는 잘 알 수 없으나 술을 마시게 되면 무례하고 예의범절과는 한참이나 거리가 있으며 때로는 상식적으로 대단히 벗어나는 행동과 말을 서슴치 않았다. 그런데 참으로 재미있는 것은 그 분을 어려워하고 조심스러워 하면서 아무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 못한다는 것이다. 모임이 있어도 싫은소리 들을까 제일 먼저 전화로 안내를 하고 그분의 의견을 구한다. 그리고 술자리에서도 그 기행을 다른 많은 사람들이 다 참고 듣고 있었다.속으로는 모두 다들 싫겠지만 아무도 그를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그럴수록 그를 챙기는 모습을 보며 나쁜 의미의 돈키호테가 떠올랐다. 바른세상을 꿈꾸며 이상향을 향해 기행을 일삼으며 겉보기와 달리 원대하고 창대한 꿈을 가진 인물이 돈키호테라면, 그날 모인 군중은 그 반대의 의미로 겉과 속이 달랐다. 철저하게 이기적이고 무사안일주의이며 그의 오류를 지적하는 것을 아주 위험한 행위로 생각하는 세태에 살게 되었다. 스스로를 돌아보며 자신은 그런 오류를 가지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며 동료들 처럼은 살지 말자고 마음을 굳힌다.한국의 선비정신, 이러한 거창한 단어는 앞세우고 싶지 않다. 그저 비겁한 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작은 돌탑의 돌처럼 모두가 외면해도 누구 한 사람 쯤은 바른 것과 틀린 것은 구별함에 주저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위험한 행위일까? 사회성이 부족한 것일까? 만약 사회성이 부족하다면 내 친구는 사회성이 많이 부족하지만, 난 크게 그 친구를 칭찬하고 안아주고 싶다. “사회성이 너무 크게 부족한 우리의 돈키호테”라고 칭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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