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은 좀처럼 붙지 않았다 불연소 된 막막함들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쩔쩔매다가부엌이나 툇마루 밑으로 배를 깔고 기어 들어가 입을 딱딱 벌린 채 자욱하게 숨을 거두고있다 어느 구들장 하나가 단단히 무너져내린 모양이었다방고래 사이사이사통팔달 뚫린 굴속을 누비고 다니며 또 다른 길을 내기 위해 그나마 성치 않은 무릎 관절을 갉고 있는 쥐새끼들 지독한 놈들이었다 그 속에서도보금자리를 틀고 새끼를 쳤다 긴 장대 끝에짚 뭉치를 묶어 그 캄캄한 통증 저 안쪽까지 꽉꽉 쑤셔대지만 놈들은 더 깊은 곳으로 몸을 숨기고 삭은 구들장만이 조금씩 부스러지며 검붉은 비명들이 끌려 나올 뿐이었다 굴뚝으로 돌아가 보면 입을 꾹 다문 싸늘한 오지 굴뚝 깨진 틈으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신음 한 오리 (얘야 그만두거라 그래도 그동안 오래 버텼지…)쓴 가루약 같은 연기를 하얗게 뒤집어쓰고 아궁이 앞에 앉아 연신 무르팍을 쥐어박는 어머니가 언 생솔가지를 그 무릎에 대고 뚝뚝 부러뜨릴 때마다 빈 뼈속에서 싸아하게 울려 나오는 공명 그 깊고 어두운 굴 속 시린 신경 올처럼 얽혀 있는앙상한 잔가지들의 갈라 터진 살갗을 밀어내고꺼져가는 불씨 위로 다시 한 줌의 마른 쏘시개를 던져넣는 그녀의 텅 빈 몸속이 한순간 환하게 드러나고 있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상상 못 할 일이다.아궁이의 불이 방구들 사이, 사이를 헤엄치고 다닌다는 사실을…그 사이로 구멍이 뚫려 있고 그 구멍을 통해 ‘쥐새끼들’이 길을 만들기 위해 방 구들장 밑을 뚫고, 허물고, 쌓으며 자신들의 서식처를 만든 후 그 해의 추운 겨울을 그 안에서 따뜻하게 보낸다는 사실을… 쥐들 때문에 무너져내린 구들장의 불통으로 아궁이 불이 붙지 않고 연기만 푸울풀 나는 아궁이 밑둥치에서 애먹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시인은 ‘골다공증’에 걸린 어머니와 구멍 숭숭 뚫린 구들장을 동일시한다. 불이 좀체 잘 붙지 않은 아궁이에서 ‘연기를 하얗게 뒤집어쓰고’ 어머니는 ‘삭은 구들장만이 조금씩 부스러지며’ 내지르는 ‘검붉은 비명들’을 들으며 힘겨워한다. 이 시를 읽는 내내 시골 할머니 집을 생각했다.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에 환하게 피워 오르던 이빨 빠진 함박웃음도 생각난다. 아궁이 앞에서 앙상한 무릎을 꿇고 마른 가지에 불을 붙이던 할머니의 오래 묵은 따뜻한 가슴을 생각했다. 보고 싶다. <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