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참 빠르게 변하고 또 어떻게 변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는 이 시점에서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 없네”라는 고려말 충신 길재의 시 한 구절이 생각나는 아침이다. 청소년을 벗 삼아 일해온 지 30년이란 시간이 지나간다. 혈기 왕성하고 의욕과 열정이 넘쳐났던 그리고 밤잠을 설쳐도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좋았던 20대 시절을 지나 청소년활동과 활동 지도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잡고 청소년 지도라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청소년지도사’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했던 30대 시절은 내가 이 일을 지금껏 소신 있게 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준 시간들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30대 시절에는 겁이 없었던 것 같다. 청소년들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관계 기관에 제안을 하였는데, 그 중에서 흡연하는 청소년들이 담배를 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청소년금연캠프를 기획하였고, 그것을 보건소에 제안하여 운영하였는데 오히려 담배를 참았던 3박 4일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캠프 후에 흡연률이 올라갔던 아이러니한 현상이 발생했다. 원인을 찾고 분석을 하여 흡연하는 청소년들의 금연보다도 흡연을 하지 않는 청소년들이 담배의 유혹을 뿌리치고 당당하게 ‘노담’이라고 할 수 있게 청소년 흡연예방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운영하였는데 최근에도 이런 캠프 프로그램을 보면 가슴이 뿌듯하다. 그리고 몸이 비만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올바른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을 통하여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이 목적인 청소년 영양캠프에서 콜라가 마시고 싶지만 눈 앞에 콜라를 놓고 칼로리가 높아 마실 수 없는 현실에 대해 괴로워하며 눈물을 흘리던 청소년의 모습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그리고 EBS 교육방송과 대구한의대학교가 협력하여 만든 ‘알지 한방캠프’(사상의학에 기초하여 체질별 학습법, 체질별 식단을 통한 건강한 성장 지원), 대구 지하철 참사 유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심리치료 프로그램 등 참 많은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것 같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전문성이 반영된 공공시설을 짓는다는 것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뿌듯함이 있다. 어느날 갑자기 같이 근무하던 부장님이 ‘큰 강변에 청소년수련원을 짓는다면 너는 어떻게 짓고 싶냐?’는 질문이 지금의 대구교육낙동강수련원이 되었다. 낙동강수련원을 어디에 지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입지선정위원회, 수련원의 모습과 시설 구성은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결정하는 설계자문위원회, 주변 환경과 청소년 발달 단계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 및 구성, 수련원 시설 내 비치할 물품과 수련활동 교구 구입에 필요한 예산 수립, 그리고 수련원 개원 준비요원으로의 발령과 3년 2개월간의 근무는 나의 전문성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켰고, 나 스스로 청소년활동 전문가라고 해도 부끄럽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교육과정에 의해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 잘 돌아가는 교육청에서의 근무시간들을 마감하고 포항시청소년재단에서 맨땅에 헤딩하듯 청소년활동 전문가로서의 전문성을 마음껏 펼치고 있는 지금 시간들은 나에게 있어 한없이 소중하다. 포항시청소년재단은 청소년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포항시에서 출자·출연한 재단법인으로 2018년 출범하였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구룡포청소년수련원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많은 시민들은 잘 모르겠지만, 청소년들이 단체로 숙식을 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대자연 속에서 청소년지도사와 함께 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공동체의식과 사회성을 함양하는 곳으로 단체 생활실 뿐만 아니라 가족실, 캠핑장, 카라반도 운영하고 있어서 청소년을 동반한 가족 단위 이용자에게 안성맞춤의 서비스를 제공해 주고 있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에 안전한 것이 최고라지만 안전에 대한 욕구에서 머물러 있기 보다 안전의 욕구에서 자아존중감의 욕구로 나아가고, 자아존중감의 욕구에서 자아실현의 욕구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을 업그레이드시켜가야 할 것이다. 자신을 업그레이드시키는 방법은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 사람들은 흔히들 꿈과 목표를 혼용해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꿈은 막연하고 추상적이며 비현실적일 수 있지만, 목표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꿈과 목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로서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것에 걸맞는 목표가 있어야 하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기 위해서는 그 목표에 도달해야 하는 이유 즉 꿈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에서 본 내용이 떠오른다. 어느 나그네가 길을 가다 나무꾼이 땀을 뻘뻘 흘리며 톱질을 하고 있는데 나무는 끄떡도 안했다. 나그네는 “이봐요 나무꾼 아저씨 잠깐 쉬면서 땀도 좀 닦고 그 톱날도 갈면 훨신 쉽게 나무를 벨 수 있을텐데요.”라고 말했다. 나무꾼은 “괜히 말 시키지 말고 가던 길 가시오. 지금 그럴 틈이 어디 있소? 오늘 이 나무를 다 베어야 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구먼~. 지금 너무너무 바쁘니깐 남의 일 방해하지 말고 가던 길이나 가시오.”라고 말했다. 이와같이 우리 주변에는 이 나무꾼처럼 행동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자기 톱날이 얼마나 무딘지는 모른채 왜 나무가 쓰러지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대개는 자기가 성실하지 못해서 열심히 노력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자책하고 더 열심히 톱질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일에 앞서 목표 의식을 확고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조건 목표를 향해 열심히 할 것이 아니라 목표한 일을 생산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방법도 있어야 하며, 수시로 자신의 방법이 올바른지 돌아보고 평가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살다보면 뜻하지 않은 행운을 만날 때가 있다. 좋은 글귀, 좋은 말씀, 좋은 인연, 좋은 기회, 그리고 선량한 열정은 뜻하지 않은 행운으로 다가온다. 무언가 자신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던 것들에 의해서 좋은 기회를 만나고, 이런 기회에 자신의 선량한 열정이 폭발한다면 인생의 즐거움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행복할 것이다. 자신의 열정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시간을 기다리기 보다는 열정이 식기 전에 한 개라도 더 하고자 하는 마음이 계속 유지 되기를 바래 보면서 함께하는 사람들과 때로는 힘겨운 날도 있겠지만 같이 고민하고 소통하면서 청소년지도사의 길을 쭉~ 갔으면 좋겠다. 수련원은 예전의 모습 그대로인데 예전의 열정 가득한 청소년지도사들은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청소년들을 지도하고 있을까?